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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숲 / 장 혜원
까치산
2023. 6. 15. 10:11
♣유월의 숲♣
- 장 혜원 -
숲이 푸른 것은
푸른 햇살을 마시고 자라는
나무들의 마음이 푸르기 때문이에요
숲 속에 문패가 없는 것은
나무들이 글을 몰라서가 아니에요
가지려는 욕심보다 나누는 기쁨을
먼저 배워버린 탓이에요
햇살의 눈을 피해
바람의 귀를 피해
입술 부비고 부둥켜안아도
소문날까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나무가 말을
전할 수 없다는 이유만은 아니에요
이름 모를 새들에게
가슴 한 켠 내어주고도
그저 좋기만 하는
넉넉한 마음을 믿기 때문인 걸요
나무들이 말을 배우지 않는 이유는
오로지 푸르고, 푸르고 싶기 때문인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