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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따라 길을 나서며 / 최 인형 마리 시메온 수녀
까치산
2026. 1. 2. 10:22

♣마리아 따라 길을 나서며♣
새해 새날을 처음 만난 순간
긴 여정의 시작을
부신 눈으로 경탄하며
설렘 안고 열었으면 좋겠습니다.
삼백예순다섯 날을
단출한 차림으로
마리아 따라 길 떠나야 할 것 같은
두근거림이
한가득 맘 속을 걸어 다녔으면 좋겠습니다.
그 다음엔 익히 묵혀 온
낡은 모습 밀어내고
눈 어두워 채 만나지 못한
말간 마음 하나 조심히 꺼내
반가웁게 다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해마다 고맙고
변함없이 오는 새해 새날을
다시 받으며
염치없이 낡은 날들 슬그머니 내어놓고
마음 여며 한 새 약속과
자리를 바꿉니다.
이제는 쉬이 허물어지지 않게
어설피 흐트러지지 않게
앞뒤 단단히 살피며
길 나설 채비를 합니다.
머리는 차갑게
마음은 뜨겁게
발걸음은 또박또박 가벼이
마리아 따라 하늘길 향해 첫걸음을 뗍니다.
그리하여 아픈 세상 한복판을 지나갈 때
작은 빛 한줄기 나누고
너나 할 것 없이 힘겨운 이들
쉬어가는 맑은 강물 같은
길동무였으면 좋겠습니다.
- 최 인형 마리 시메온 수녀
노틀담 수녀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