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2주간 목요일
필레몬서 7-20
루카 17,20-25
복음서에서 말하는 가장 큰 주제는 하느님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첫 선포 역시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는 것이었고, 예수님의 비유는 대부분 하느님 나라를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것보다 ‘언제’ 하느님의 나라가 올 것인가에 더 관심을 둡니다. 사실 지금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것을 궁금해합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에 대하여 아주 명확하게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 …… 보라,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
바리사이들은 ‘언제’ 하느님의 나라가 오는지 질문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이미’라고 답하시는 것과 같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처럼 하느님 나라는 미래의 어느 때에 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안에 있습니다.
예수님의 다양한 비유는 이미 우리 안에 있는 하느님 나라에 관한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빵 속의 누룩처럼, 땅에 뿌려진 씨앗처럼, 상상하지 못할 만큼 크게 자라는 작은 겨자씨처럼 쉽게 우리 눈에 띄지 않지만 이미 우리 안에 있습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눈으로 찾을 수 없습니다.
저기 또는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이 실현되는 바로 그곳에서 하느님 나라가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언제, 어디서 하느님 나라를 볼 수 있는지 묻기보다 오히려 하느님 나라가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하느님 나라는 지금도 우리 가운데 있기 때문입니다.
- 서울대교구 허규 베네딕토 신부님 묵상 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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