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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복음 묵상(요한 12,20-33) - 사순 제5주일

까치산 2024. 3. 17. 10:30

 

사순 제5주일

예레미야 31,31-34    
히브리 5,7-9    
요한 12,20-33

"자기 자신에 대해 죽는다는 것의 의미"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래도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요한 12,24)
죽음. 이 묵직한 말은 대부분 사람에게 그렇게 반갑게 들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신앙인으로서 이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무엇보다도 죽음은 이 세상에서 다음 세상으로 가는 것입니다. 우리의 때가 하느님의 뜻과 일치할 때 이것을 기꺼이 받아들임으로써 하느님의 생명에 온전히 합일하게 됩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 말씀은 죽음의 또 다른 차원을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땅에 떨어져 죽어야만 그 잠재력에 도달할 수 있는 한 알의 밀알과 같은 존재라는 것입니다. 그 자연스러운 행위로 한 알의 밀알은 비옥한 땅에 심어지고 자라서 좋은 열매를 풍성하게 맺습니다.그렇다면 ‘이 자연스러운 행위’ 의 과정에서 드러나는 우리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요? 이것은 자아에 대한 죽음을 받아들임으로써 하느님의 은총이라는 좋은 토양에 심어져 좋은 열매를 많이 맺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 죽는다는 것은 삶에서 모든 이기심을 버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선 의지가 담긴 모든 이기심을 버려야 하지만, 그다음에는 의도하지 않은 이기심도 버려야 합니다. 여기서 의도하지 않은 이기심은 단순히 자신이 원하기 때문에 붙잡고 집착하는 삶의 모든 것입니다. 때론 사랑이 넘치는 관계와 같은 좋은 것들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물론 사랑의 관계와 같은 인생에서 좋은 것들을 없애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은 이기적인 동기로 그 어떤 것도 심지어 좋은 것까지도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사랑은 하느님께서 영감을 주신 참된 사랑일 때, 언제나 집착하지 않으면서 초연하고 사심이 없으며, 자기중심이 아니라 오직 상대방의 선익만을 바라봅니다.
이것은 매우 어려운 일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순수한 자아의 죽음입니다. 이러한 수준의 사랑 곧 완전히 사심이 없는 타자 지향적인 사랑의 삶을 살 때,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삶 속으로 그리고 삶의 각 상황 속으로 들어오시어
수많은 선한 열매를 맺게 됩니다. 이것은 우리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는 그 어떤 것보다 강력한 선물입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자신에 대해 온전히 죽음으로써 하느님께서 새로운 생명으로 변화시켜 주신 밀알의 열매이기 때문입니다.

 

- 춘천교구 최 기홍 바르톨로메오 신부님 강론 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