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마음에평화

가을입니다

까치산 2025. 9. 29. 10:00

 

 

 ♣가을입니다♣ 

 
어느덧 가을입니다.
지나간 여름은 위대하였습니다.

태양 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눕히고
광야로 바람을 보내 주시옵소서.

일 년의 마지막 과실이 열리도록
따뜻한 남국의 햇볕을 
이틀만 더 베풀어 주십시오.

과실이 익을 대로 잘 익어
마지막 감미가 향긋한 
포도주에 깃들일 것입니다.

지금 혼자만인 사람은 
언제까지나 혼자 있을 것입니다.
밤중에 눈을 뜨고 책을 읽으며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나뭇잎이 떨어질 때 불안스러이 
가로수가 나란히 서 있는 길을 
왔다갔다 걸어 다닐 것입니다. 

나뭇잎이 떨어집니다.
아슬한 곳에서 내려오는 양
하늘나라 먼 정원이 
시든 양 거부하는 몸짓으로 떨어집니다.

그리하여 밤이 되면 무거운 대지가
온 별들로부터 정적 속에 떨어집니다.
우리도 모두 떨어집니다.
여기 이 손도 떨어집니다.

그대여 보시라, 
다른 것들... 만상이 떨어지는 것을...

하지만 그 어느 한 분이 있어
이 낙하(落下)를 무한히 다정한 손길로 
어루만져 주십니다.

 
-  R.M.릴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