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풍 너를 보니♣
- 법정 스님 -
늙기가 얼마나 싫었으면
가슴을 태우다 태우다
이렇게도 붉게 멍이 들었는가
한창 푸르를 때는
늘 시퍼럴 줄 알았는데
가을바람 소슬 하니
할 수 없이 너도 옷을 갈아 입는구나
붉은 옷 속 가슴에는
아직 푸른 마음이
미련으로 머물고 있겠지
나도 너처럼
늘 청춘일 줄알았는데
나도 몰래 나를 데려간 세월이
야속하다 여겨지네
세월 따라 가다보니
육신은 야위어 갔어도 아직도 내 가슴은
이 팔 청춘 붉은 단심(丹心)인데
몸과 마음이 따로 노니
주책이라 할지도 몰라
그래도
너나 나나 잘 익은
지금이 제일 멋지지 아니한가
이왕
울긋 불긋 색 동 옷을 갈아입었으니
온 산을 무대 삼아
실컷 춤이라도 추려 무나
신나게 추다보면
흰 바위 푸른 솔도 손뼉 치며 끼어들겠지
기왕에 벌린 춤
미련 없이 너를 불사르고
온 천지를 붉게 활활 불태워라
삭풍이 부는 겨울이 오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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