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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길목에서 / 이 해인 수녀

까치산 2026. 3. 16. 10:41

 

 

♣봄이 오는 길목에서♣


                                 - 이 해인 수녀 -


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듯
삶의 온갖 아픔 속에서도 
내 마음엔 조금씩 
푸른 보리가 자라고 있었구나


꽃을 피우고 싶어 
온몸이 가려운 매화 가지에도, 
아침부터 우리집 뜰 안을 서성이는 
까치의 가벼운 발결움과
긴 꼬리에도 봄이 움직이고 있구나


아직 잔설이 녹지 않은 
내 마음의 바위 틈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일어서는 봄과 함께 
내가 일어서는 봄 아침


내가 사는 세상과 
내가 보는 사람들이
모두 새롭고 소중하여
고마움의 꽃망울이 터지는 봄


봄은 겨울에도 숨어서
나를 키우고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