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명상

오 해

까치산 2025. 7. 28. 10:20

 

 

♣오 해♣


언젠가 이런 일이 있었다.
불교 종단 기관지에 무슨 글을 썼더니
한 사무승이 내 안면 신경이 간지럽도록
할렐루야를 연발하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속으로 이렇게 뇌고 있었다.
‘자네는 날 오해하고 있군.
자네가 날 어떻게 안단 말인가.

만약 자네 비위에 거슬리는 일이라도 있게 되면,
지금 칭찬하던 바로바로 그 입으로 나를 또 헐뜯을 텐데.
그만 두게 그만 둬.’


아니나 다를까,
바로 그 다음 호에 실린 글을 보고서는
입에 게거품을 물어 가며
죽일 놈 살릴 놈 이빨을 드러냈다.

속으로 웃을 수밖에 없었다.
‘거보라고, 내가 뭐랬어.
그게 오해라고 하지 않았어.
그건 말짱 오해였다니까.’


누가 나를 추켜세운다고 해서
우쭐댈 것도 없고

헐뜯는다고 해서
화를 낼 일도 못된다.

그건 모두가 한쪽만을 보고
성급하게 판단한
오해이기 때문이다.


오해란 이해 이전의 상태 아닌가.
문제는 내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느냐에 달린 것이다.

실상은 말밖에 있는 것이고
진리는 누가 뭐라 하건 흔들리지 않는다.

온전한 이해는 그 어떤 관념에서가 아니라
지혜의 눈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그 이전에는 모두가 오해일 뿐이다.



- 법정스님 '무소유'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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