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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 박 영근

까치산 2025. 11. 13. 10:48

 

 

♣11월♣      

 
                              - 박 영근 -


바람은
나무들이 끊임없이 떨구는 옛기억들을 받아
저렇게 또 다른 길을 만들고
홀로 깊어질 만큼 깊어져
다른 이름으로 떠돌고 있는 우리들 
그 헛된 아우성을 쓸어주는구나

 
혼자 걷는 길이
우리의 육신을 마르게 하는 동안
떨어질 한 잎살의 슬픔도 없이
바람 속으로 몸통과 가지를 치켜든 나무들

 
마음 속에 일렁이는 잔등(殘燈)이여
누구를 불러야 하리
부디
깊어져라
삶이 더 헐벗은 날들을
받아들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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