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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바다가 되어../ 이 해인 수녀

까치산 2026. 1. 26. 11:17

 

 

♣사랑은 바다가 되어...♣


                                 - 이 해인 수녀 -


사랑할 때 바다는
우리 대신 말해 주네. 
밤낮 설레는 우리네 가슴처럼 
숨찬 파도를 이끌며 달려 오네. 

우리가 주고받은 숱한 이야기들처럼
아름다운 조가비들을 한꺼번에 쏟아 놓고, 
저만치 물러서는 파도여, 사랑이여. 
그에게서만은 같은 말을 수백 번 들어도
지루하지 않다. 

그와 만나는 장소는
늘 같은 곳인데도 새롭기만 하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식물 세포처럼 
사랑의 말과 느낌은 섬세하고 다채롭다. 

 

꽃에게, 나무에게, 돌에게조차
자꾸만 그의 이름을 들려주고 싶은 마음. 
 
누가 묻지도 않는데도
내가 그를 사랑하고 있음을, 
그로부터 사랑받고 있음을, 
하루에도 열두 번 알리고 싶은 마음. 
사랑할수록 바보가 되는 즐거움. 

어디서나 그를 기억하는
내 가슴 속에는, 논바닥에 심겨진
어린 모처럼 새파란 희망의 언어들이
가지런히 싹을 틔우고 있다. 

매일 물을 마시며, 
나와 이웃의 밥이 될
기쁨을 준비하고 있다. 

 

사랑이 나에게 바다가 되니 
나는 그 바다에 떨어져 녹아내리는
한 방울의 물이 되어 사네. 
 
흔적도 없이 사라지면서
태어남을 거듭하는
 
한 방울의 물 같은
사랑도 영원하다는 것을 
나는 당신 안에 흐르고
또 흐르는 물이 되어 생각하네. 
 
사랑은 파도 타기. 
일어섰다 가라앉고
의심했다 확신하고 

죽었다가 살아나는
파도 파도 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