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부끄러운 슬픔을 딛고 ♥
바람에 흩날리는 벚 꽃잎을 보며
하염없이 한숨만 쉬는 4월입니다
이 부끄러운 슬픔 속에
우리는 지금
어떻게 울어야 하겠습니까?
어떻게 기도해야 하겠습니까?
한국의 아들이 쏜 총탄에 맞아
무참히 희생당한 가족들을 부르며
절규하고 통곡하는 이들에게
어떠한 말로 위로를 해야 할지
알지 못합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하는지
현실이 아닌 꿈이면 좋겠다고
하늘을 원망해도 소용없는 답답함과
안타까움으로 잠 안 오는 날들입니다
"지금은 그 누구를 탓할 때가 아니고
서로의 슬픔을 포옹해야 할 때"라며
추모의 촛불을 켜는 버지니아 사람들에게
두고두고 저주해도 시원찮을
살인자의 이름까지 희생자들과 나란히
추모의 돌에 새겨 두고
"네가 그리도 도움이 필요했는지 몰랐다
네 가족의 평화를 빈다." 는
쪽지 적어 놓는 그 넓고 따뜻한 마음들에게
"정말 죄송합니다, 용서 하십시오"라고
울면서 달려가 고마움의 악수를 청하고 싶습니다.
함께 슬퍼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위로와 용서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만인에게 한마음으로 보여 주는
그 현실적인 용기와 지혜 앞에서
행여 라도 우리가 민족적으로
피해를 보고 불이익을 당할까
노심초사한 그 시간들조차
부끄럽게 여겨집니다.
늘 우리만 먼저 생각하는 옹졸하고
어리석은 이기심을 용서받고 싶습니다.
이 부끄러운 슬픔을 딛고
우리는 이제
좀 더 따뜻하고 관대하고
폭 넓은 기도의 사람들이 되려 합니다.
보이지 않는 이웃의 아픔과 슬픔과
약함을 내치지 않고
내 것으로 끌어안고 돌보는
사랑의 사람들이 되려 합니다.
그동안 우리야말로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고
남을 따돌리는 편협한 문제아였습니다.
화를 잘 다스리지 못하는 인격 장애인 이었으며
희망보다는 절망을 먼저 선택하는
우울증 환자인 적도 많았습니다.
고운 봄날 영문도 모르고
피 흘리며 죽어간 희생자들에게
사랑하는 이들을 잃고
비탄에 잠긴 유족들에게
말로는 다 못하는 위로를
오직 눈물의 기도로
침묵 속에 봉헌하렵니다.
이토록 끔찍한 일을 저질러
너무 밉지만 또한 불쌍한
어린 영혼 조 승 희를 대신하여
두고두고 아파하며 참회하렵니다.
타오르는 촛불과 장미향 가득한
버지니아공대 추모게시판의 글처럼
앞으로의 모든 삶에 우리도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진심으로
이렇게 고백할 수 있길 바랍니다.
'당신 위해 기도합니다(Our prayers are with you)'
'모두를 사랑합니다(We love you all)'
버지니아 참사 추모 시///이해인 수녀,
(23일자 중앙일보에서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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