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쫓기는 듯이 살고 있는 한심한 나를 살피소서
늘 바쁜 걸음을 천천히 걷게 하시며
추녀 끝의 풍경 소리를 알아듣게 하시고
거미의 그물 짜는 마무리도 지켜보게 하소서
꾹 다문 입술 위에
어린 날에 불렀던 동요를 얹어 주시고
굳어 있는 얼굴에는 소슬바람에도 어우러지는
풀밭 같은 부드러움을 허락 하소서
책 한 구절이 좋아 한참을
하늘을 우러르게 하시고
차 한 잔에도 혀의 오랜 사색을 허락하소서
돌 틈에서 피어난 민들레꽃 한 송이도
마음이 가게 하시고
기왓장의 이끼 한 낱에서도
배움을 얻게 하소서
- 정 채봉 -
'신앙의 여정'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더 데레사의 기도 (0) | 2024.07.14 |
---|---|
하루를 맞이하면서 (2) | 2024.06.02 |
부활 인사 (0) | 2024.04.03 |
부 활 송 (1) | 2024.04.02 |
무덤에서 부활하신 예수님 (0) | 2024.03.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