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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새벽 / 류 시화

까치산 2025. 10. 2. 10:48

 

 

♣시월 새벽♣


                             - 류 시화 -


시월이 왔다
그리고 새벽이 문지방을 넘어와
차가운 손으로 이마를 만진다

언제까지 잠들어 있을 것이냐고
개똥쥐바퀴들이 나무를 흔든다

시월이 왔다
여러 해만에 평온한 느낌 같은 것이
안개처럼 감싼다

산모통이에선
인부들이 새 무덤을 파고
죽은 자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나는 누구인가
저 서늘한 그늘 속에서
어린 동물의 눈처럼 나를 응시하는 것은
무엇인가
어디 그것을 따라가 볼까

또다시 시월이 왔다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침묵이
눈을 감으면 밝아지는 빛이
여기에 있다

잎사귀들은 흙 위에 얼굴을 묻고
이슬 얹혀 팽팽해진 거미줄들

한때는 냉정하게 마음을 먹으려고
노력한 적이 있었다
그럴수록 눈물이 많아졌다

이슬 얹힌 거미줄처럼
내 온 존재에
눈물이 가득 걸렸던 적이 있었다

시월 새벽
새 한 마리 가시덤불에 떨어져 죽다

어떤 새는 죽을 때
가시덤불에 몸을 던져
마지막 울음을 토해내고 죽는다지만


이 이름없는 새는 죽으면서
무슨 울음을 울었을까


시월이 왔다
구름들은 빨리 지나가고
곤충들에게는
더 많은 식량이 필요하리라

곧 모든 것이 얼고
나는 얼음에 갇힌 불꽃을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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