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영상시

저 석양 / 이 은봉

까치산 2026. 1. 10. 10:15

 

 

♣저 석양♣


                                 - 이 은봉 -


   만추의 들판, 가득 채우며 쏟아져 내리는
   저 석양, 탱자빛 노을만으로도
   마을 뒤편 대나무 숲은 자란다
   우물가 텃밭 고추들은 익는다

   
   대지의 마음, 촉촉이 적시며 퍼져 내리는
   저 석양, 삼베빛 노을만으로도
   고향집 저녁밥 짓는 연기 피어오른다
   온종일 재재대던 참새들 귀가를 서둔다

   
   울바자 아래로 뛰어내리는 단풍잎처럼
   함부로 나뒹굴고 있는 석양이여
   뼈만 남은 앞다리 푹푹 꺾어가며
   논두렁 터벅거리고 있는 노을이여

   
   부지깽이로 문지방 두드리며 밀려오는
   저 석양, 볏짚빛 노을만으로도
   벌떡 일어서는 당신, 먼먼 사막 길 걷고 있다
   곳간마다 볏가마니, 차곡차곡 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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