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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봄날의 느린 성찰

까치산 2026. 3. 12. 10:46

 

 

♣어느 봄날의 느린 성찰♣


리처드 바크의 『환상』이란 책이 있다.
맑은 강물 밑바닥에서 
군락을 이루고 사는 생물 이야기다.

생물들은 각자 강 밑바닥에서 
바위와 나뭇가지에 매달려 살았다. 
뭐든 매달려 사는 것이 
그들의 생활방식이었다.
이들 중에 매달려 사는 게 
너무 싫었던 한 생물이 있었다.
그는 주위 만류를 뿌리치고 
결국 잡고 있던 손을 놓아버린다.

 
손을 놓자 강 물살에 이리저리 부딪치며
죽을 고비를 넘기게 된다. 
그럼에도 매달리기를 거부하자,
강의 흐름은 그를 밑바닥으로부터 
들어 올려 자유롭게 했다.

재밌는 것은 그다음이다. 
멀리서 강물 위를 둥둥 떠오는
모습(밑에서 보면 하늘을 나는 듯함)을 본 
하류의 강바닥 생물들이 기적이 일어났다며, 
갑자기 그를 ‘메시아’라 부르더니,
자신들을 구원해달라고 외쳤다.

 
강물 위를 떠가던 그는 
자신은 메시아가 아니라며,
그저 우리가 저마다 
붙잡고 있는 손을 놓기만 하면 강물이
우리를 자유롭게 해줄 거라고 말해주었다.

하지만 강바닥 생물들은 
이 말을 듣고도 꼭 붙든 손을 놓지 않고, 
강물 위를 떠내려온 메시아의 전설을 만든다.


책 속 이야기이긴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도 매달리고
집착하며 사는 사람들이다. 

손만 놓으면 되는데, 
매달리지만 않으면 되는데, 
좋고 싫은 마음에
붙잡은 것들을 내려놓지 못한다.

더구나 자신이 살아온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면 뭔가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생각하곤 한다.

출가를 하든, 안 하든 
이러한 삶의 속성은 비슷한 것 같다.
물론 형태면에서만 본다면, 
출가자는 한번쯤 붙잡은 손을
놔본 사람들이긴 하다.

 
『환상』 속의 이런 글도 눈에 띈다.
“우리들 각자의 내부에 건강과 질환, 
부유와 빈곤, 자유와 굴종에 대한 
동의(同意)의 힘이 놓여있다.

이러한 것들을 통제하는 자는 바로
우리들이지 다른 사람이 아니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몽테뉴가 말하기를
‘삶의 효용은 얼마나 오래 사는 지가 아니라,
어떻게 사는 지로 결정된다’고 했다.

인생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스스로 무엇을 부여잡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실은 나도 
내가 뭘 붙잡고 사는지 잘 모르겠다.
내려놓는 것이 수행일 텐데….
고난으로 시작하여 고난으로 끝나는 
이 허망한 인생을 말이다.

 
부질없는 것에 탐착하며 사는 삶,
저마다 붙잡은 것만 놓으면 될 일,
삶을 통제하는 이는 남 아닌 자신이다.


- 원영 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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