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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복음 묵상(루카 15,3-7) -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사제 성화의 날)

까치산 2025. 6. 27. 10:20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사제 성화의 날)

에제키엘 34,11-16  
로마 5,5ㄴ-11   
루카 15,3-7

"예수님의 미어지는 마음"

 
상대방과 대화를 할 때, 가끔씩 제가 상대방 자리에 앉아서 저 자신이 제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질 때가 있습니다.
행동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이런 경우 어떤 때는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좋은 쪽으로 대화나 행동을 이끌어주기에 어떤 때는 의식적으로 이렇게 하려고 애쓰기도 합니다. 말하고 행동하는 저 자신을 상대방의 입장에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주 선명하게 제 자신을 보았던 경우도 꽤 있습니다.
상대방의 귀와 눈으로 말입니다. 이러한 경우에 거짓말을 하거나 위선적인 행동을 할 수 없습니다. 만약에 거짓말을 하거나 위선적인 행동을 할라치면 말하고 행동하는 주체로서 제 자신과 상대방의 자리에 앉아서 주체인 저를 바라보고 있는 객체로서의 제 자신이 충돌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지금은 이러한 체험을 자주 못합니다.
사제로서 살아가면서 이러한 체험들이 일상적인 것이 된다면, 형제자매들과 서로 다른 삶의 방식에서 오는 차이들을 극복하고 더욱 진솔하게 만날 수 있을 텐데,알게 모르게 뱉어내는 권위적인 말이나 행동들을 자제하고 정말 흉허물 없는 만남을 가질 수 있을 텐데,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좀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예수님과의 만남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끔씩 예수님의 입장이 되어서 제 자신을 돌아보곤 합니다. 복음 묵상을 하다보면 이러한 경우들이 가끔씩 생기지요. 그 내용이야 어쨌든 값진 체험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예수님과의 만남에서 저만 말하고, 저만 예수님을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인간적인 한계이겠지만, 예수님의 자리에 앉아 예수님께 드리는 제 말과 행동을 듣고 보는 체험은 이러한 인간적인 한계를 뛰어넘게 해줍니다.

십자가 앞에서 십자가를 바라보며 그렇게 힘없이 죽어 가신 예수님께 뭐라고 단 한마디도 할 수 없어 그저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는 제 자신을 봅니다.
겉으로는 분명 제가 예수님을 바라보고 있지만, 십자가에 달려서 저를 바라보고 계시는 예수님을 느낄 수 있습니다. 손과 발에 못이 박혀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태, 축 쳐진 몸을 지탱하기 위해서 손이 찢어지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두 팔이 힘을 줄 수밖에 없는 상태,
심장을 누르는 압박 때문에 마지막 숨 한번 고르게 내쉴 수 없는 상태에서 저만치 아래에서 당신을 바라보고 있는 저를 바라보시는 예수님의 마음은 과연 어떠했을까를 생각해봅니다.

예수님의 거룩한 마음보다는 예수님의 찢어지고 미어지는 마음을 더 절실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면, 그것은 저만의 불온한 느낌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제가 느끼는 예수님의 이 찢어지고 미어지는 마음, 저를 향해 한숨을 내쉬시며 안타까워 하는 마음을 제 안에 담고 싶습니다. 바로 이 마음이 저와 예수님을 하나로 이어주고 있기 때문이며, 저에게 더 간절하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바로 예수님의 이 마음이 저를 움직여 제가 다른 이를 향해 쉼 없이 나갈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주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 의정부교구 상 지종 베르나르도  신부님 복음 묵상 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