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자의 정체성◑ 수도자는 혼자 살고 있기에, 뭔가 범속한 다수와는 다른 거룩한 정결을 자아내는 것이 아니다. 존재론적으로 그 안에 남성과 여성을 함께 통합해낸 사람의 모습을 띠고 있기에 거룩한 정결을 이뤄내고 있다. 비록 인간적이고 행위적인 측면에서 온갖 부족함과 허물을 뒤집어쓰고 있음에도 말이다. 수도자는 그저 수도복 한 벌에 만족하며 거친 음식을 먹고 좁은 방에서 지내고 있기에, 거룩한 청빈을 살아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존재론적으로 그 안에 과거와 미래를 통합한 현재라는 시간을 살아내고 있기에 거룩한 청빈을 이뤄내고 있다. 때론 의식주에 대한 아무런 염려 없이 풍요롭게 잘 살고 있음에도 말이다. 지금 가난하게 살게 된 탓을 과거에 묻지도 않고, 앞으로는 부유하게 살고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