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영상시

3월의 바람속에 / 이 해인 수녀

까치산 2025. 3. 3. 11:38

 

 

♣3월의 바람속에♣


                            - 이 해인  수녀 -



어디선지 몰래 숨어들어 온
근심, 걱정 때문에
겨우내 몸살이 심했습니다

흰 눈이 채 녹지 않은
내 마음의 산기슭에도
꽃 한송이 피워 내려고
바람은 이토록 오래 부는 것입니까

3월의 바람 속에
보이지 않게 꽃을 피우는
당신이 계시기에
아직은 시린 햇볕으로
희망을 짜는 나의 오늘
당신을 만나는 길엔
늘상 바람이 많이 불었습니다

살아 있기에 바람이 좋고
바람이 좋아 살아 있는 세상
혼자서 길을 가다 보면
보이지 않게 나를 흔드는
당신이 계시기에

나는 먼 데서도
잠들 수 없는 3월의 바람
어둠의 벼랑 끝에서도
노래로 일어서는
3월의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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