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신명기 30,1-5
에페소 4,29―5,2
마태오 18,19ㄴ-22
‘분열’은 잘못이고, 죄
세계 속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휴대폰, 인터넷, 반도체 기술은 단연 세계 으뜸입니다. 하지만 물질적인 고도성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아직도 완전한 선진국 대열에 끼지는 못합니다. 그것은 불안정한 경제지표, 교통사고 세계 1위, 공중도덕의
식의 후진성, 남북 분단으로 인한 군사적 긴장 대립 때문입니다.
제가 외국에서 공부할 때, 참 많이 받았던 질문이 있습니다.
“어디서 왔느냐”, “한국이 어디에 있는 나라냐”,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냐”. 남과 북을 그저 하나의 코리아로만
알고 있는 외국인에게 같은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설명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마음 아픈 일입니다. 그러나 우
리가 북한을 차마 다른 나라라고 부를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같은 나라 속에 있는 다른 지역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같은 나라 속에 있는 다른 집단이라고 해야 할지, 무엇이라고 불러야 적당한 것인지 시원한 답이 없습니다.
천주교와 개신교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종파가 같은 하느님을 믿지만, 사실은 좀 다르다는 것을 설명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같은 예수님을 믿는다
면서 왜 그렇게 따로 믿느냐고 묻는다면, 그것을 설명하는 것도 참 복잡한 일입니다. 같은 하느님과 같은 예수님을
믿고, 같은 성경을 사용하면서도 이렇게 너무 멀리 갈라져 있는 것 자체가 분열입니다.
분열은 잘못이고, 죄입니다.
만일에 누군가가 ‘왜 통일을 위해서 기도해야 하는가?’라고 묻는다면 일치가 하느님의 뜻이고, 분열은 죄가 되기
때문이라고 간단하게 대답할 수 있습니다. 남북분단의 세월이 너무 많이 흘렀습니다. 통일에 관심이 없거나 통일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도 생겨납니다. 통일을 원하더라도 북한을 멸망시키는 방식의 통일을 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남북통일 기원 미사’나,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미사’를 드리고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를 바치면서, 북한이 멸망하게 해 달라고
기도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어떻든 우리 교회가 기도하는 것은 ‘평화통일’입니다. 누가 죽거나, 누구를 죽이는 일이 없는 평화로운 통일입니다.
분열은 또 다른 분열을 낳습니다. 남북분단 상황 때문에, 남한 내에서도 새로운 분열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서로 미워하고 싫어하고 적대시합니다.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으면 자기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건강하지 못합니다. 다시 말해서 누군가를 미워하는 에너지로만 살아가는 사람들을 건강한 사람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남북 분단 상황 때문에 우리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으니, 우리 자신을 위해서라도
통일을 위해서 기도해야 합니다.
분열과 분단의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한마음으로 정성을 모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서 기도합시다. 오늘 복음에서 죄를 짓고 잘못한 사람을
몇 번 용서해주어야 합니까? 라는 베드로의 질문에 예수님께서 대답하십니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 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마태 18,22)
-안동교구 신 동철 토마스아퀴나스 신부님 묵상 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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