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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복음 묵상(루카 21,1-4)

까치산 2024. 11. 25. 09:54

 

 

연중 제34주간 월요일

요한 묵시록 14,1-3.4ㄴ-5          
루카 21,1-4

 
어떤 빈곤한 과부가 자신의 생활비 전부인 렙톤 두 닢을 헌금함에 넣는 것을 예수님께서는 지켜보십니다.
물론 부자들이 넣는 돈과 비교해서 보잘것없는 금액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칭찬을 단순한 금액의 비율로 평가하는 것은 복음을 잘못 이해한 것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에는 빈곤한 과부가 놓인 현실을 외면해 온 공동체의 책임에 대한 비판이 숨겨 있습니다. 구약 성경에는 고아나 떠돌이와 함께 공동체의 보호가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의 대표로 과부가 자주 언급됩니다. 이는 하느님 백성으로서 부름받은 모든 이의 어느 지체도 그분의 사랑과 자비에서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이 나라와 주권을 잃고, 이민족의 지배를 받으면서 율법의 기본 정신은 사라졌고, 세속적 욕망이 이웃 사랑에 대한 원칙을 넘어서면서 경제적 양극화가 일어나고 빈곤한 이들에 대한 연대감이 사라진 것입니다.
헌금함에 예물을 넣는 이유는 자신이 얻은 수익이 자신의 노력만이 아닌 하느님의 돌보심과 이웃의 희생에 따른 것임을 고백하는 순수한 종교적 행위입니다. 물론 그 헌금이 성전을 관리하고 교회의 사제들의 삶을 위하여 쓰인다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원칙은 하느님께 바치는 예물입니다.

생활비 전부를 헌금함에 넣은 과부는 어쩌면 세상에 대한 미련이 없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세상에서 얻은 것은 모두 하느님의 것이라고 생각하였을 수도 있고, 하느님께서 채워 주실 것이라는 강한 믿음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약자 보호의 원칙을 지키지 않는 유다 사회에 대한 강한 질책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예수님께서 분명히 오늘날 돈과 권력이 갖는 속성을 꿰뚫어 보시고 제자들에게 교회가 가야 할 길을 새로 보여 주신 것은 아닐까요?

 

- 인천교구 송 용민 사도 요한 신부님 묵상 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