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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윤동주

까치산 2012. 10. 4. 11:18
 
      ♣ 길 / 윤동주 ♣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길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 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