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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시 / 이 해인 수녀

까치산 2024. 5. 7. 11:01

 

 

♣오월의 시♣

 
                                 - 이 해인 수녀-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초록의 서정시를 쓰는 오월

하늘이 잘 보이는 숲으로 가서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

피곤하고 산문적인 일상의 짐을 벗고
당신의 샘가에서 눈을 씻게 하십시오

물오른 수목처럼 싱싱한 사랑을
우리네 가슴 속에 퍼 올리게 하십시오

말을 아낀 지혜 속에 접어 둔 기도가
한 송이 장미로 피어나는 오월

호수에 잠긴 달처럼 고요히 앉아
불신했던 날들을 뉘우치게 하십시오

세상을 향해 깨어 있는 지고한 믿음과
어머니의 생애처럼 겸허한 기도가
우리네 가슴 속에 물 흐르게 하십시오

구김살 없는 햇빛이
아낌없이 사랑을 쏟아 내린 5월

어머니..
우리가 빛을 보게 하십시오

욕심 때문에 잃었던 시력을 찾아
빛을 향해 눈뜨는
빛의 자녀 되게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