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공현 대축일 후 월요일
1요한 3,22―4,6
마태오 4,12-17.23-25
"회개할 때 얻게 되는 수많은 은총!"
그 누구에게든 ‘최초 활동 무대’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놀랍게도 예수님께서는 인류 구원 사업의 베이스캠프로 당대 가장 잘 나가던 도시, 거룩한 도시의 상징 예루살렘을 선택하지 않으셨습니다.혹시 유다 지방에서 활동을 개시할 것인가? 했더니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어부들과 농부들이 어울려 살아가던 한적한 시골, 여러 종족들이 살고 있었고,종교적인 관습이나 전통, 신앙생활에 있어서 유다 지방과는 많이 고립되어 있었던 갈릴래아에서 활동을 시작하셨습니다.
예루살렘이 아니라 깡촌 갈릴래아, 카파르나움을 선택하신 배경에는 예수님께서 교만한 사람들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그리하신 것입니다.
겉멋만 잔뜩 든 휘황찬란, 위풍당당한 당대 대도시들의 위선과 타락을 산산조각내기 위해 작고 낮은 도시에서 시작하신 것입니다. 작고 낮은 도시에서 소박하게 시작하신 예수님께서는 스스로를 잔뜩 부풀린 사람들, 자칭 좀 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 서로 높은 자리로 올라가려고 기를 쓰는 사람들에게 크게 외치십니다.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마태 4,17)
성탄 대축제 기간을 끝내고 이제 다시 한번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우리들입니다. 예수님의 권고에 따라 회개해야겠습니다.
회개할 때 얻게 되는 은총은 참으로 큰 것 같습니다.회개할 때 우리는 작은 것도 아름답고 가치가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회개할 때 우리는 첫째가 꼴찌가 되고 꼴찌가 첫째가 된다는 말씀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회개할 때 우리는 고통이나 십자가도 은총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회개할 때 우리는 이 세상이 온통 기쁨꺼리로 가득한 축제의 장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회개하면 즉시 떠오르는 것은 가슴을 치고 눈물을 흘리는 것입니다.
지난 시절을 돌아보며 부끄러워하는 것입니다.상처나 고통을 안긴 이웃들을 떠올리는 것입니다. 하느님 앞에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것입니다. 새 삶을 살겠다고 약속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노력들, 아주 좋은 회개의 모습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좀 더 진정한 의미의 회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하느님은 우리의 부족한 행동 하나하나를 기억하셨다가 철퇴를 내리시는 징벌의 하느님의 아니라, 돌아갈 때마다 활짝 팔을 벌리시며 또 다시 안아주시는 자비의 하느님이라는 것을 확신하는 것이 회개입니다. 고통스럽고 힘겨웠던 지난 삶이 하느님께서 주시는 벌이 아니라 사실은 선물이요 축복이었음을 인식하는 것이 회개입니다.
우리가 바라보는 이 세상, 갖은 결핍과 죄투성이지만 그래도 하느님께서 그 안에 굳건히 현존하심을 믿는 것이 회개입니다.
나란 존재, 흙부스러기처럼 나약하고 머리칼보다 많은 죄를 지은 죄인이지만, 그래도 하느님께서 나를 당신 눈동자처럼 애지중지하신다는 것을 굳게 믿는 것이 회개입니다. ‘나 같은 중죄인이 어떻게 하느님 나라에?’가 아니라 ‘너무나도 당연히 하느님 나라’로 갈 것을 확신하는, 그래서 안심하고 기쁘게 지상 생활을 엮어가는 것이 회개입니다.
‘저런 사람이 어떻게 하느님 나라에?’가 아니라 ‘저 사람도 당연히 하느님 나라’로 들어갈 것을 확신하는, 그래서 그를 귀히 여기고 그라는 존재 안에 깃들어계시는 하느님의 자취를 찾아나서는 노력이 회개입니다.
- 살레시오회 양 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묵상 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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