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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기도 / 동은 스님

까치산 2025. 1. 9. 10:39

 

♣새해 기도♣  
 


                            -동은 스님 -

부처님!  
새해를 맞이하는 이 아침에  
향 하나 사르고  소박한 기도 올립니다. 
 
부디.  
''이것도 기도냐?"  하지 마시고 
어여삐  봐 주셨으면 합니다. 
 
먼저 
'다름'을 인정하고
'틀림'을 고쳐 나갈 줄 
아는 지혜를 갖게 하소서. 

초하루 법회 때  
노보살님들 소원 담아 
꽂아 놓은 향으로 향로가 가득하여 
 
부처님께서 
''아이고, 매워라." 하셔도 
눈살 찌푸리지 않게 하소서. 

그 향연들이 

서리서리 맺혀 있는 법당에서,  
그분들의 고뇌를 진실로  
부처님께 기도 드릴 수 
있는 신심을 갖게 하소서. 

몸이 아파 

거동조차 못하고 누워 있는데,  
상담하러 오신 분이 
아들 사주  봐달라며 떼를 쓰실 때 
''난 그런 거 못 봐요. 
다른 절에 가보세요." 하여  
씁쓸한 기분으로 
돌아가지 않게 하소서.  

오히려 그분께  
사주팔자보다 더 좋은  

부처님 말씀 한 구절 

가슴에 새겨 갈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공양 후 산책길에서 만나는 

새들과 나무 지나가는 지렁이에게까지 
안부를 전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게 하소서. 

길을 가로 질러 열심히 
기어가는 지렁이가 
차에 치어 돌아가시지 않게.  
길 옆 숲으로 옮겨주는 
자비심을 갖게 하소서. 

몇 번 하다가 
''내가 어떻게  이 많은 지렁이를 

다 옮겨 줘. 지 팔자지 뭐''  하고 
포기 하지 않게 하소서. 

스님이라고 무게 잡고 살지 않고  
기쁠 때 같이 웃고, 
슬플 때 같이 울어주는 
인간적인 수행자가 되게 하소서. 

"난 허리가 아프니까. 
그리고 무릎도 수술했으니까,  
오늘은 몸이 좀 안 좋네. 
새벽예불 빠져도 
부처님은 이해하실 거야." 
라며 자신을 합리화하여 
나태해지지 않게 하소서. 

출가 첫날,  
그 간절함이 늘 살아 숨 쉬어  
수행자의 본분을 잊지 않게 하소서 

끝으로 

공찰 주지 소임 다하고 떠날 때,  
가벼운 걸망 하나 지고 
훌훌 떠날 수 있게 하소서. 

그리하여 언젠가 
이 사바세계를 떠나며 

옷을 바꿔 입는 날 난 참으로 행복한 

수행자의 삶을 살았노라고 
미소 지으며 갈 수 있게 하소서. 

그리고 부처님, 
기도 를 하다 보니 
''하소서"  "주소서" 만 해서 죄송합니다. 
좀 더  정신 차리고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