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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바람 /// 이 해인

까치산 2013. 11. 6. 12:24

      ♣ 가을 바람 / 이 해인 ♣
      
      숲과 바다를 흔들다가
      이제는 내 안에 들어와
      나를 깨우는 바람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를 키워놓고
      햇빛과 손잡는
      눈부신 바람이 있어
      가을을 사네
      바람이 싣고 오는
      쓸쓸함으로
      나를 길들이면
      가까운 이들과의
      눈물겨운 이별도
      견뎌낼 수 있으리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사랑과 기도의
      아름다운 말
      향기로운 모든 말
      깊이 접어두고
      침묵으로 침묵으로
      나를 내려가게 하는
      가을 바람이여
      하늘 길에 떠가는
      한 조각 구름처럼
      아무 매인 곳 없이
      내가 님을 뵈옵도록
      끝까지 
      나를 밀어내는
      바람이 있어
      나는 
      홀로 가도
      외롭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