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없는 새가 어디 있으랴♣
상처를 입은 젊은 독수리들이
벼랑으로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날기 시험에 낙방한 독수리
짝으로부터 따돌림을 받은 독수리
윗독수리로부터 할큄을 당한 독수리
그들은 이 세상에서
자기들만큼 상처가 심한 독수리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들은
사는 것이 죽느니만 못하다는 데
금방 의견이 일치했다.
이 때 망루에서
파수를 보고 있던 영웅 독수리가
쏜살같이 내려와서 이들 앞에 섰다.
"왜 자살하려고 하느냐!"
"괴로와서요,
차라리 죽어버리는 것이 좋겠어요".
영웅 독수리가 말했다
"나는 어떤가? 상처하나 없을 것 같지?
그러나 이 몸을 봐라".
영웅 독수리가 날개를 펴자
여기저기 찢기고 할퀸 상흔이 나타났다.
"이건 날기 시험때
솔가지에 찢겨 생긴 것이고
이건 윗 독수리한테 할퀸 자국이다.
그러나 이것은
겉에 드러난 상처에 불과하다.
마음의 빗금 자국은 헤아릴 수도 없다.
영웅 독수리가 조용히 말했다.
"일어나~날자꾸나"
상처없는 새들이란
이 세상에서 태어나자마자 죽은 새들이다.
살아가는 우리 가운데
상처없는 새가 어디 있으랴?
- 정 채봉 님의
'날고 있는 새는 걱정할 틈이 없다'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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