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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소사 가는 길 / 박 선희

까치산 2023. 11. 17. 10:35

 

 

♣내소사 가는 길♣


                                      -  박 선희 -

 
늦은 가을비에 질척이는 산길 따라 
나를 찾아가는 길 

가끔 삶에도 늦은 가을비 내려 
마음 질척거리기도 하지 

진흙 같은 마음 닦아내며 
소소한 단풍나무 샛길로 들어섰네 

곱게 내려앉은 단풍의
참을 수 없는 사랑 
꾹꾹 밟아봤네 

아름다운 비명 속에 칭얼대는 내가 
풍경소리처럼 기다리고 있었네 

샛길 어디에서나
나를 만날 수 있었네 

가지 않은 길은
여전히 망설임이었네 

문득 길 끊어진다면 
단풍의 마음으로
우거진 적막으로 들어서리 

젖은 전나무숲을 지나 
처연하도록 고운 단풍비 내리는 
나를 떠나는 길이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