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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머물다 간 자리 / 藝香 도 지현

까치산 2023. 11. 15. 10:36

 

 

♣가을이 머물다 간 자리♣


                                    - 藝香 도 지현 -


두드리면 울릴 것 같은
쓸쓸하고 텅 빈 간이역 광장
외로운 가랑잎만이
굴러다니며 청소하고 있다


비라도 내릴라치면
껌 딱지가 되어 눌어붙은
구둣발에 짓밟힌 낙엽들은 
처참한 시신이 되어 즐비한데


계절을 가름하는 비가
창문에 고독의 흔적을 만들고
하얗게 바래진 상념 속에
서서히 떠나는 계절의 흔적들


빛바랜 책갈피 속에 
긴 세월 동안 묵혀둔 가을
아직 잊지 못한 옛사랑의 그림자
모든 것이 떠난 자린 허무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