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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공허 / 오 경택

까치산 2023. 12. 23. 10:33

 

 

♣12월의 공허♣


                       - 오 경택 -


 남은 달력 한 장
 짐짓 무엇으로 살아 왔냐고
 되물어 보지만
 돌아보는 시간엔
 숙맥 같은 그림자 하나만
 덩그러니 서 있고

 비워야 채워진다는 진실을
 알고도 못함인지
 모르고 못함인지
 끝끝내 비워내지 못한 아둔함으로
 채우려는 욕심만 열 보따리 움켜쥡니다

 내 안에 웅크린 욕망의 응어리는
 계란 노른자위처럼 선명하고
 뭉개도 뭉그러지지 않을
 묵은 상념의 찌꺼기 아롱지는
12월의 공허

 작년 같은 올 한 해가
 죽음보다 진한 공허로
 벗겨진 이마 위를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