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여정

기도

까치산 2024. 4. 7. 11:28

 

 

◐기도◑ 

 
쫓기는 듯이 살고 있는 한심한 나를 살피소서
늘 바쁜 걸음을 천천히 걷게 하시며
추녀 끝의 풍경 소리를 알아듣게 하시고
거미의 그물 짜는 마무리도 지켜보게 하소서

꾹 다문 입술 위에
어린 날에 불렀던 동요를 얹어 주시고
굳어 있는 얼굴에는 소슬바람에도 어우러지는
풀밭 같은 부드러움을 허락 하소서

책 한 구절이 좋아 한참을
하늘을 우러르게 하시고
차 한 잔에도 혀의 오랜 사색을 허락하소서

돌 틈에서 피어난 민들레꽃 한 송이도
마음이 가게 하시고
기왓장의 이끼 한 낱에서도
배움을 얻게 하소서

 
- 정 채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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