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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복음 묵상(마르코 6,7-13) - 연중 제15주일

까치산 2024. 7. 14. 11:11

 

 

연중 제15주일

아모스 7,12-15    
에페소 1,3-14     
마르코 6,7-13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늘의 온갖 영적인 복을 우리에게 내리셨습니다(에페 1.3)
저의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자주 하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공부에는 때가 있다. 이때를 놓치면 공부하고 싶어도 못 한다. 대학교에 들어가서 실컷 놀고 지금은 열심히 공부할 때다.”

요즈음 여러 가지 고민으로 힘들어하는 청소년들을 향해 어른들은 이렇게 말씀하시곤 합니다.
“나중에 어른이 되면 다 좋아진단다.”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모두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글쎄요. 제가 보기에는 다 거짓말처럼 여겨집니다.

사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저도 지금 계속해서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공부는 고등학교 때만 하는 것이 아니라 평생 하는 것이었고, 어른이 될수록 책임감이 커져 더 힘든 상황을 받아들이게 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세상 안에 거짓이 많아서 거짓말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은 아닐까요? 함께 동반하고 있는 지역의 청소년들에게 희망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청소년들은 시간이 지나면 잘될 것이라는 근거 없는 희망보다는 분명히 잘 되는 근거 있는 희망을 만들어가고 품어 가는 과정이 참된 희망이라고 말합니다.

신앙인들에게 있어서 희망은 바로 주님입니다. 

영원한 생명이 주어지는 하느님 나라, 그 나라에 대한 희망이 지금에 더 충실할 수 있게 됩니다. 세상이라는 거짓된 희망이 아닌, 주님이라는 진짜 희망을 간직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주시고, 둘씩 짝지어 파견하셨습니다.

그런데 특별한 명령을 하십니다.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빵도 여행 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고, 신발은 신되 옷도 두 벌을 껴입지 말라고 이르십니다. 많은 것을 챙겨주어서 기쁜 소식을 잘 전달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할 것 같은데, 오히려 주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아무것도 가져가지 말라고 하시니 이해하기 참으로 어렵기까지 합니다. 더군다나 누구보다도 더 사랑하는 제자가 아닙니까? 특히 악이 가득한 세상에 제자들을 보내는 것이 불안하지 않으셨을까요?

주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세상의 것에 희망을 두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세상의 것에 희망을 두고 세상의 것을 채우다 보면 주님의 자리가 없어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님과 함께 할 수 있는 빈 마음을 당부하신 것입니다. 빈 마음이 있어야 그 자리에 주님께서 사랑으로 채워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자녀로서 신앙인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어디에 희망을 두고 있을까요?
주님께 희망을 두는 사람만이 희망 없는 세상 안에서 참된 희망을 품고 힘차게 이 세상을 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 광주대교구 장 욱종 안토니오  신부님 묵상 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