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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인간'을 버리고 '새 인간'으로

까치산 2008. 4. 29. 10:55


     
    '낡은 인간'을 버리고 '새 인간'으로
    물론 부활은 믿음의 문제입니다.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대단히 문제적인 믿음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부활이 있다는 것을 믿을 때, 
    다시 말해서 '하느님은 반드시 우리를 다시 살리신다. 
    하느님은 우리를 반드시 구원하신다. 
    뿐더러 우리가 여기서 힘쓰는 여러 가지 아름다운 노력, 선을 위한 노력, 
    진리를 위한 노력, 정의를 위한 노력 등 모든 것은 결코 헛되지 않다. 
    그리스도가 부활한 것 같이 우리도 그리스도와 함께 영원한 생명에 부활하고, 
    또한 그렇게 진리와 정의와 참된 사랑이 부활한다'는 믿음을 가질 때, 
    우리 삶의 모든 것은 의미있고 밝아집니다. 
    또 우리가 왜 어려움을 딛고서 진실을 추구하고 정의를 실천하고, 
    때로는 목숨까지 바치면서 사랑해야 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성서를 보면,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사도들은 참으로 새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더 이상 과거의 무지하고 비겁하던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예수님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전에 지녔던 예수관은 '위대한 예언자'로, 또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
    곧 메시아이긴 하였으되, 그 인식은 불완전했고 다분히 '정치적 메시아로 
    이해되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선포한 하느님 나라도 정치적 개념으로 더 이해했고, 
    그들은 그 나라가 임하면 각기 한 자리씩 차지하리라 철석같이 믿었습니다. 
    때문에 그들은 누가 더 높은지 자리다툼까지 벌였습니다.
    그러나 부활한 예수님을 만남으로써 이런 그릇된 개념은 모두 불식되었습니다. 
    메시아는 반드시 고난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습니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고 썩음으로써 많은 열매를 맺듯이, 죽음과 멸망으로 
    끝날 이 세상에 불멸의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구원자이신 
    그리스도가 죽어야 함을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그리스도는 당신의 상처로 우리의 상처를 낫게 하고, 당신의 죽음으로
    우리의 죽음을 없이 하며, 
    우리 죄를 대신함으로써 우리 모두의 죄를 사하여 주는 주님, 
    그리고 우리의 영혼과 육신, 우리 자신을 근본적으로 구원해 주는 주님임을 
    믿게 되었습니다. 
    예수님 자신이 구원이요, 생명이요 길이요 진리요 빛임을 믿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그들은 부활한 주님을 만남으로써 새로운 믿음을 갖게 되었고, 
    그 믿음 속에 새 사람이 되었습니다.
    사도들을 비롯한 초대교회 신자들을 보면, 돈도 없고 힘도 없으며, 
    수적으로도 보잘것없는 작은 무리였습니다. 
    그들은 시작부터 유대인들과 대로마제국의 박해를 받았습니다. 
    초대교회의 삶은 매일매일 주의 수난과 부활의 빠스카 신비를 몸으로 사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박해를 이겨냈습니다. 
    오히려 그리스도 때문에 껵는 고통을 기뻐하였습니다(사도 5,41). 
    현세적 시각으로 볼 때 아무 것도 아닌,힘없는 집단이 어떻게 당대에 천하를 
    호령하던 대로마제국을 그 모진박해 아래서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박해의 시련과 고통 속에서 기뻐하고 희망을 간직할 수 있었습니까? 
    그 이유와 힘은 바로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그분에 대한 믿음이었습니다.
    부활신앙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이요 바탕입니다. 
    때문에 가장 큰박해자였다가 회개한 사도 바오로는 부활신앙이 없으면 
    복음선교도 믿음도 헛되다고 했습니다(1고린 15,14). 
    박해자에서 증거자로 변한 바오로의 회개는 주님의 부활을 더욱 힘차게 
    증거합니다. 동시에 우리는 이 부활에서 악을 악으로 갚지 않고 원수까지도 
    용서하는 주님의 자비, 죄인을 성인으로 바꾸는 주님의 위대한 사랑을 
    볼 수 있습니다.
    부활은 죽음에 대한 생명의 승리요, 미움에 대한 사랑의 승리, 죄에 대한 
    은총의 승리입니다. 
    그리하여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은 "낡은 인간을 벗어버리고 
    새 인간으로 갈아입습니다." (골로 3,9-10)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 되고, 서로는 형제가 됩니다. 
    그들 사이에는 유대인, 이방인의 차별이 없고, 자유인과 노예의 차별, 
    남녀의 차별도 없습니다(갈라 3,28). 
    때문에 그들은 그리스도를 본받아 서로 사랑할 줄 알고,가진 것을 나누며, 
    믿음과 사랑의 공동체를 이룹니다. 
    초대교회가 이를 잘 말해줍니다(사도 2,44-47). 
    이같이 부활의 믿음이 있는 곳에서 모든 것은 새로워집니다. 
    거기에는 사랑, 용서와 화해, 평화와 기쁨, 희망이 있습니다. 
    시련과 박해를 이겨내고 죽음까지도 이겨내는 힘이 있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이 언제나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글 - 김수환 추기경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