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씻고 앞으로 나아가라.
다윗은 아들이 몹시 아파 죽게 되었을 때
밤낮으로 기도하고
하느님이 아들을 고쳐주시리라 확신했다.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고
수염을 깎기는커녕 목욕도 하지 않았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무조건 하느님께 울부짖으며 기도했다.
다윗의 눈물 뿌린 기도에도
일곱째 날에 아들은 죽고 말았다.
신하들은 걱정이 태산 같았다.
왕자가 죽었다는 소식을 왕에게
어떻게 알려야 한단 말인가?
왕이 그 소식을 들으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좌절할 게 분명했다.
하지만 다윗이 결국
아들의 죽음을 알게 된 후에
보인 행동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아들의 죽음을 들은 다윗은
바닥에서 일어나
얼굴을 씻고 새 옷을 입었다.
그리고 신하들에게
음식을 가져오게 해서 먹고 마셨다.
어리둥절해진 신하들이 물었다.
"왕이시여, 왕자가 살아 계실 때는
금식하고 기도하시더니
지금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행동하시니,
어찌 된 일입니까?
"이상할 것 없다. 아들이 아플 때는
하느님이 치료해 주실 줄 알고
금식하고 기도했다.
하지만 아들이 떠난 지금은
돌이킬 수 없지 않느냐?
나중에 내가 죽으면 다시 볼 수 있겠으나
지금은 아들이 돌아올 수 없지 않느냐?"
다윗의 태도를 주목하라.
그는 절망에 빠지지도, 하느님을 의심하거나
그분께 불평하지도 않았다.
그는 실망의 한가운데서도 하느님을 신뢰했다.
그래서 얼굴을 씻고 앞으로 나아간 것이다.
- 믿는 대로 된다, 긍정의 힘 에서-
하느님을 신뢰하는 자는
"우리가 하느님께서 좋은 것을 받는다면,
나쁜 것도 받아들여야 하지 않소?"
하는 욥을 닮아야 하겠습니다.
아들을 잃은 어머니는 급기야 음식을 전폐하고
너무 애달파하여 정신이 쇠약해지고,
우울증에 빠져 생을 포기하고자 합니다.
죽은 아들이 그런 어머니상을 원할까요?
과거의 것은 돌이킬 수 없으니
하느님께 맡기고 일어서야 합니다.
과거의 감옥에 갇혀 자신마저 파멸시키는 것은
영혼을 망가지게 합니다.
우리도 다윗의 태도를 배워야 합니다.
우리는 과거를 바꿀 수 없습니다.
이제는 결단을 내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인생을 헤쳐 나가야 합니다.
- 김홍언 요한 보스코신부님- (가사방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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