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행복의 열쇠
과학 기술은 20세기에 놀라운 발전을 거듭 하며, 우주의 팽창, 대륙의 이동,
생물계의 다양한 순환, 인체의 물리적 화학적 기능 등을 알려주어
우리가 사는 세상을 깊이 이해하게 해주었습니다,
고전물리학은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으로 대체되었습니다,
그러나 물리학자들은 아직도 우주 탄생의 비밀을 간직한 '만물 이론',
즉 '모든 것을 설명하는 이론'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과학이 극복해 온 난관을 돌이켜볼 때 앞으로도 과학의 성취는
무한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주에 대해 우리가 더 많이 일게 될수록 과학의 한계에 대해서도
더 많이 알게 됩니다,
우주의 모든 것은 우리의 신체까지도 포함하여 결국 쿼크와 렙톤과
전자 등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쿼크와 전자는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으며, 양자, 중성자, 전자 등
소립자들로 만들어진 원소, 그리고 원소로부터 나온 분자만 가지고 어떻게
생명체와 사람이 만들어질 수 있었는지 우리는 모릅니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또 남녀가 서로에게 느끼는 사랑은 어디서 온 것일까요?
이것도 쿼크와 전자로부터 왔을까요?
백 년 전만 해도 이류가 유전자 코드와 분자 차원의 유전적 작용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20세기에 생명의 유전을 관장하는 DNA 구조를 밝혀내어 유전공학의 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염색체 속에 숨어 있는 생명체의 암호를 해독했습니다,
이제 성격 능력 등 부모가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특징들을 통제하는 유전자 자체도
조작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혈우병, 겸상 적혈구 빈혈증, 낭성 섬유증 등 끔찍한 병을 일으키는 유전적 결함이
교정된다면 아주 좋은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성격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악용된다면 이 또한 매우 두려운 일입니다,
실제로 많은 과학자들이 살인 무기 또는 인간이나 환경에 유해한 물건을 만드는 데
관여하고 있습니다,
유신록적 시각은 과학자들이 지식을 인간의 행복과 복리를 증진하는 데 써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과학의 눈부신 발전과 과학의 산물인 기술이 세상을 바꿔 놓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입니다,
여기에 도취된 일부 과학자들은 과학이 세상을 알고 이해하는 길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과학주의로 알려진 이러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다른 관점,
예를 들어 종교 같은 것을 불필요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인류의 평화와 행복의 문제는 과학을 기반으로 하는 물질문명의 발전 여하에
달려 있기 보다는 양심을 기반으로 하는 선과 악의 문제이고, 따라서 인륜 도덕을
기반으로 하는 정의와 사랑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 정진석 추기경님의
'우주를 알면 하느님이 보인다' 에서 -
(가사방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