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힘을 주소서♤
이 해인수녀님
새해 아침
빨갛게 익은 해를
첫 그리움인 양 품고
당신을 부릅니다
부르면 부를수록
놀랍고 두려운 사랑의 신이시여
정성 없이 불러 오던 당신의 이름을
새 맑은 새 아침의 목소리 뽑아
다시 찬미 드립니다
따스한 빛과 불의 향기로
모든 것을 새로이 구워내는 신이시여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하시고
내일의 우리도 있게 하시는
끝없는 창조의 당신
때로는 칼을 든 군사처럼
부수고 무너 뜨리어
좋은 것 이루시는 희망의 신이시여
우리 모습이 당신의 뜻과같지 않음을
시시로 한탄하며 이렇게 왔습니다
보잘것 없는 믿음으로 이렇게 왔습니다
기쁠 때엔 감사하지 않고
슬플 때엔 희망하지 않고
편리한 운명과 악수하며
적당히 살아 왔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지 않은 것이
전심으로 사랑하지 않은 것이
죄가 되는 까닭을 알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잘못을 거듭해도
용서를 거듭하는 진리의 신이시여
부디 힘을 주소서 우리에게
당신을 바로 보고 바로 듣는
밝은 눈 밝은 귀
피흘려도 사랑을 외칠 입을 주소서
당신만이 머무실 마음의 처소가
헛된 우상이 소굴이 아니 되도록
수없는 욕망에서 탈출해야겠습니다
갈길을 재촉하는 말발굽 소리에
달아오른 마음으로 예복을 차려입는
출발의 아침
지엄한 당신의
무궁한 사랑을 생각하면
가슴이 뜁니다
허영에 들뜬 우리 마음일랑
모조리 흔들어 없애 주시고
아무리 걸어도 지치지 않는
아무리 뛰어도 고단치 않는
힘을 주소서 우리에게
거듭거듭 태어나게
사랑으로 태어나게 축복하소서
당신을 섬기는 우리 생애가
싱싱한 기쁨의 축제로 피어날
젊고 날랜 슬기 닳지 않는 새 힘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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