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사랑과평화

오늘의 복음 (마태오 8,23-27) 묵상

까치산 2020. 6. 30. 11:00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아모스 3,1-8; 4,11-12
마태오 8,23-27

 


"바람에 흔들리는 것이 어디 꽃뿐이더냐!"

 

언젠가 우리나라가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울 때, 서울의 한 도심을 지나다가 이런 글귀를 본 적이 있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것이 어디 꽃뿐이더냐! 꽃은 바람에 흔들리면서 피어난다.’ 제게 그 글귀는 당시 시대 상
황과 어우러져 인상 깊게 다가왔습니다. 시간이 흐른 지금도 현수막 내용처럼 바람에 흔들리는 것은 꽃뿐
이 아닌 듯합니다. 신앙인들도 고통 앞에서, 죽음 앞에서, 유혹 앞에서 흔들릴 수 있습니다. 삶이 흔들리고,
하느님에 대한 사랑과 믿음도 흔들릴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예상치 못한 큰 풍랑이 일어 배가 파도에 뒤덮이는 상황에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마
음이 흔들리는 제자들을 보게 됩니다.
겁에 질린 제자들은 풍랑 속에서도 곤히 주무시는 예수님을 깨우며 “주님, 구해 주십시오. 저희가 죽게 돼
었습니다.” 하고 간청합니다. 특별히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다가오는 사실은 우리가 주님과 함께 있어도
폭풍이 닥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갑자기 예고 없이 몰아칠 수 있다는 겁니다. 나아가 우리의 한계
상황, 위기 상황에서도 주님은 주무시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내 인생에 무서운 폭풍이 휘몰아
쳐 하느님께 매달렸지만 아무런 응답도 받지 못할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예수님을 신뢰하는 믿음입니다.
믿음이 부족했기에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제자들은 예수님께 “왜 겁을 내느냐? 이 믿음이 약한 자들아!”라는
말씀을 듣습니다. 특히 예수님께서 바람과 호수를 잠재우기 전에 먼저 믿음이 없는 제자들부터 꾸짖으셨다는
사실을 주목해야겠습니다. 예수님의 관심은 바람이나 호수나 풍랑이 아니었습니다. 제자들의 믿음이었습니다.
제자들의 마음과 그들 삶의 중심에 믿음이 없음을 꾸짖으셨던 것입니다.


배와 물의 관계를 생각해 봅니다.
배는 물 위에 떠 있습니다. 그런데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물이 들어오면 배는 가라앉게 됩니다.


신앙인의 마음에도 믿음이 아닌 의심이 그 중심을 차지하지만 세상의 그릇된 풍조가 물밀 듯이 밀려들면 위
험한 상황에 빠지고 맙니다. 반면 아무리 험한 세상 한가운데서도 믿음이 있고, 그 믿음의 정도가 깊을수록
세상 풍파를 잘 견뎌내고 덜 흔들릴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바다의 풍랑이나 세상의
폭풍과 같은 외적 환경이 아니라 영적으로 깊게 뿌리내리지 못해 쉬이 흔들리는 믿음입니다.

 


- 제주교구 송 동림 레오 신부님 묵상 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