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도 가고 세월도 가고♣
- 藝香 도 지현 -
잠시 뇌리를 채우던 강렬한 색채가
피었다 사라지는 구름처럼
그렇게 가버리고 난 뒤의 허망함
어느새 왔다 어느새 갔는지
창살 없는 감옥살이를 하다 보니
휑하게 왔다가 휑하니 사라져 버려
가는 뒷모습을 멀뚱하게 바라보게 하고
참담한 심정으로 바라보는 눈빛도
어느새 흐릿한 초점으로
봄도 아닌데 아지랑이가 보여
계절의 흐름을 감지하지 못하게 한다
가는 계절만큼이나 빠르게 가는 세월
그 세월을 따라잡겠다고 허덕인 삶
턱밑까지 차오르는 숨을 몰아쉬고
휘하고 돌아보니 머리엔 하얀 꽃이 피었다
누가 긴 여정이라 했는가
보내고 보니 찰나의 순간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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