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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복음 묵상(루카 19,45-48) -성 안드레아 둥락 사제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까치산 2023. 11. 24. 10:20

 

연중 제33주간 금요일

1마카베오  4,36-37.52-59     
루카 19,45-48



저는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었습니다.”(1코린 9,22)라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좋아합니다. 

사제로서 신자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이 이 말씀과 같아야 한다고 평소에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신자들이 바라는 방식으로, 그들이 원하는 무엇인가가 되어 주는 사제, 정말 멋지지 않습니까!

그러나 늘 그렇게 하지는 못합니다. 때로는 싸우고 외면할 때도 있습니다.
상처를 주고받으며 다투고 얼굴 붉히며 살아갑니다.내 실수를 인정하며 반성하기도 하지만, 그런 자기반성보다는 상대의 아집과 욕심 때문이라 판단하고 분노하며 다투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변화하지 않고 안주하려는 마음에 안타까워하기보다는 쉽게 인정해 버리고 포기하며 외면할 때도 많습니다. 그런데 다툼과 분노가 잘못된 것일까요? 다툼과 분노 그 자체보다는 무엇을 위한 싸움이고 분열인지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도 분노하셨습니다. 

성전에서 물건을 팔고 있는 사람들을 보시고 분노하시며, 그들의 탐욕과 잘못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날마다 하느님의 집에서 말씀을 전하시며, 그들이 성전 안에서 하느님의 이름을 더럽히는 일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마침내는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에게 외면당하시기까지, 그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시면서도 그들 또한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우리는 싸울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잘못을 지적하고 그 잘못 때문에 미워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싸움과 다툼, 미움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성전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과 유다의 지도자들이 예수님과 부딪친 이유와 예수님께서 그들과 부딪쳤던 목적과 이유는 다릅니다. 그들은 자신만을 위해서 다투고 싸웠지만,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을 위하여 그리고 싸우고 있는 상대를 위하여 그들과 맞서 싸우셨습니다.

여러분의 ‘분노와 다툼의 이유’를 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어 주는 것은 모든 이에게 하느님의 가치를 전해 주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려면 맞서야 합니다. 예수님처럼 말입니다.

 
- 광주대교구 최 종훈 토마스 신부님 강론 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