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7 4

단풍 드는 날 / 도 종환

♣단풍 드는 날♣                                     - 도 종환 -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 (放下着) 제가 키워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좋은글/영상시 2024.10.17

내 인생의 잔고는 얼마나 될까

♣내 인생의 잔고는 얼마나 될까♣  내 인생의 잔고는 얼마나 될까 누구나 나이가 들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삶은 과거나 미래에 있지 않고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살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삶의 비참함은 죽는다는 사실보다도 살아있는 동안 우리 내부에서 무언가 죽어간다는 사실에 있다. 가령 꽃이나 달을 보고도 반길 줄 모르는 무뎌진 감성, 저녁노을 앞에서 지나온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줄 모르는 무감각 넋을 잃고 텔레비전 앞에서 허물어져가는 일상 등 이런 현상이 곧 죽음에 한 걸음씩 다가섬이다. 누구나 황혼기에 접어들면 자기 자신을 위해 남은 세월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어차피 인간사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홀로 남게 마련이다. 이 세상에 올 때도 홀로 왔듯이 언젠가는 혼자서 먼 길을 ..

좋은글/명상 2024.10.17

가을 입니다

♣가을 입니다♣ 어느덧 가을입니다. 지나간 여름은 위대하였습니다. 태양 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눕히고 광야로 바람을 보내 주시옵소서. 일 년의 마지막 과실이 열리도록 따뜻한 남국의 햇볕을 이틀만 더 베풀어 주십시오. 과실이 익을 대로 잘 익어 마지막 감미가 향긋한 포도주에 깃들일 것입니다. 지금 혼자만인 사람은 언제까지나 혼자 있을 것입니다. 밤중에 눈을 뜨고 책을 읽으며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나뭇잎이 떨어질 때 불안스러이 가로수가 나란히 서 있는 길을 왔다갔다 걸어 다닐 것입니다. 나뭇잎이 떨어집니다. 아슬한 곳에서 내려오는 양 하늘나라 먼 정원이 시든 양 거부하는 몸짓으로 떨어집니다. 그리하여 밤이 되면 무거운 대지가 온 별들로부터 정적 속에 떨어집니다. 우리도 모두 떨어집니다. 여기 이 손도..

오늘의 복음 묵상(루카 11,47-54) -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주교 순교자 기념일

연중 제28주간 목요일  에페소 1,1-10      루카 11,47-54 우리는 오늘과 내일, 이틀에 걸쳐 에페소서의 시작에 나오는 찬미의 노래를 듣습니다(에페 1,3-14 참조). 장엄하고도 아름다운 이 찬가는 삼위일체이신 성부와 성자와 성령, 그리고 ‘우리’가 서로 어떤 관계에 놓여 있는지를 조명합니다. 아버지 하느님께서는 이 찬가에 소개되는 모든 행동의 주체로 드러나십니다.바로 그분께서 우리를 선택하셨고, 거룩하고 흠 없는 사람이 되게 해 주셨으며, 하늘의 온갖 영적인 복을 내려 주셨습니다. 그런데 찬가는 이러한 하느님의 구원 계획과 행위들이 언제나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강조합니다. 다시 말하면,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선택하시어 거룩하고 흠 없는 사람이 되게 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