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사랑과평화

이 부활의 새벽에 꽃이 핀다///시인-정호승 프란치스코

까치산 2008. 3. 24. 11:42
      이부활의 새벽에 꽃이 핀다 꽃이핀다 새들이 찾아오지 않는 죽은 나뭇가지 위에도 길가에 버려진 도둑의 신발 한 짝 위에도 너를 향해 날아가다가 결국 너의 이마를 쓰러뜨리고 먼지를 뒤집어쓴 채 나뒹구는 돌멩이 위에도 젊은 여자들이 가슴에 걸고 다니는 엑세서리 십자가 위에도 라면박스와 신문지로 관 같은 집을 만들어 사이좋게 나란히 누워 있는 노숙자들의 검은 지하도 벽 위에도 신생아 중환자실 창가에 놓인 눈물 마른 화분 위에도 힘없이 홀로 흔들거리는 독거노인의 지팡이 위에도 막 하관을 끝내고 한 삽 흙을 뒤집어쓴 관 뚜껑 위에도 사랑하면서도 죽도록 너를 미워하는 매일 용서하면서도 결국 용서하지 못하는 내 가슴 위에도 이 부활의 새벽에 꽃이 핀다 이 부활의 아침에 꽃이 웃는다. ㅡ시인-정호승 프란치스코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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