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사랑과평화

엄마의 꽃씨 ///이해인

까치산 2009. 7. 11. 11:01



       
      엄마의 꽃씨 
                         -  이해인 
      엄마가 꽃씨를 받아  
      하얀 봉투에 넣어 
      편지 대신 보내던 날     
      이미 나의 마음엔 
      꽃밭 하나가 생겼습니다 
      흙 속에 꽃씨를 묻고  
      나의 기다림도 익어서 터질 무렵 
      마침내 나의 뜨락엔 
      환한 얼굴들이 웃으며 
      나를 불러세웠습니다 
      연분홍 접시꽃 
      진분홍 분꽃 
      빨간 봉숭아꽃 
      꽃들은 저마다 할 이야기가 
      많은 듯 했습니다 
      사람들은 왜 그리 바삐 사느냐고  
      핀잔을 주는 것 같았습니다 
      엄마가 보내준 꽃씨에서 
      탄생한 꽃들이 질 무렵 
      나는 다시 꽃씨를 받아  
      벗들에게 선물로 주겠습니다 
      꽃씨의 돌고 도는 여행처럼 
      사랑 또한 돌고 도는 것임을 
      엄마의 마음으로 알아 듣고 
      꽃물이 든 기도를 바치면서 
      한 그루 꽃나무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