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가을에는♣
- 정 용철 -
이번 가을에는
그동안 버려두었던
단어 몇 개를 내 가슴에 품고
마음깊이 스며들도록 할 것입니다.
그것은 은혜. 감사. 사랑. 평화.
순결. 용기. 자유. 겸손. 지혜. 용서.
고독. 진실. 동행. 영원입니다.
이번 가을에는
아직도 행하지 못한
몇 가지 일들을 할 것입니다.
그것은 사랑하기. 욕심 버리기.
단순하기. 따뜻하기. 깊이 생각하기.
목소리 낮추기. 격려하기. 칭찬하기.
오래 참기. 많이 나누기입니다.
이번 가을에는
그동안 잊고 지내던 내 이웃을 향해
조용히 다가갈 것입니다.
그분들은 외로운 사람. 가난한 사람.
마음에 상처 입은 사람.
슬픔속에 있는 사람. 몸이 불편한 사람.
몸이 갇힌사람입니다.
이번 가을에는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자연의 모습을
텅 빈 마음으로 바라볼 것입니다.
그것은 붉은 단풍 위에 펼쳐지는 쪽빛 하늘,
황금 들판, 투명한 햇살 속에서 익어가는 열매,
들에 핀 국화입니다.
이번 가을에는
그동안 들리지 않았던 아름다운 소리를
귀담아들어 볼 것입니다.
그 소리는 가을을 전하는 노랫소리.
풀벌레소리. 가을비 소리. 농부의 타작 소리.
아이의 웃음소리 가족의 기도 소리입니다.
이번 가을에는
아직도 내 마음 밭에서 자라고 있는
몇 그루 나무를 뽑아낼 것입니다.
그 나무는 불평의 나무. 낙심의 나무.
의심의 나무. 이기심의 나무. 교만의 나무.
무관심의 나무. 게으름의 나무입니다.
- 정 용철의
'한 잔의 커피와 詩한편이 생각나는 가을'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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