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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침묵할 때 / 이 해인 수녀

♣슬픔이 침묵할 때♣                                        - 이 해인 수녀 -   슬픔을 잘 키워서 고요히 맛들이면 나도 조금은 거룩해질까   큰 소리로 남에게 방해될까 두려워하며 오래 익힌 포도주빛 향기로 슬픔이 침묵할 때   나는 흰 손으로 제단에 촛불을 켜리 눈물 가운데도 나를 겸손히 일어서게 한 슬픔에게 인사하리.

좋은글/영상시 2024.09.30

겨울에 씨앗을 뿌리지 마십시오

♣겨울에 씨앗을 뿌리지 마십시오♣  사랑의 님이시여 !  겨울에는 씨앗을 뿌리지 말아야 하나이다.  왜냐하면 싹이 트지 않기 때문이나이다.  무릇 세상 사람들은  주변 환경을 파악하지도 않은 채  본인의 계획을 추진하기에만  급급하나이다.  또한 세상 사람들은  상대의 감정을 헤아리지도 않은 채  자신의 정당성만을 과감하게 교육하려드나이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은 머리에서 나온 논리를 가슴이라는 토지에  억지로 심으려고 고집만 부리나이다.  그러면서도 왜 싹이 트지 않는지...  왜 상대가 변하지 않는지...  왜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지에 대해서만 짜증만 일삼고 살아가더이다.  참으로 어리석기만 하나이다.  세상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  땅을 먼저 녹인 후에 씨앗을 심으소서.  자신이 아무리 ..

좋은글/명상 2024.09.30

인생의 향기

♣인생의 향기♣   화려하고 화사한 젊음을  잃었다고 너무 한탄하지 마세요.  지금의 당신 향기가  더 아름답고 더 그윽합니다. 묵향처럼, 난향처럼  가슴 속까지 깊이 배어드는 당신의 그 향기가 더 좋습니다. 꽃은 머지않아 시들어도 세월의 주름살 따라  흐르는 경륜과 식견의 향기는 마르지 않고 항상 온화한 것. 온방을 가득 채우고 남아 가슴을 흥건히 적셔오는 당신의 향기에 취해봅니다. 당신이 젊은시절 희생으로 베풀고  곱디 고운 심성과 아량으로 살아온 발자취가 있었기에 나이들어 당신을 이토록 아름다운 자태로 빚어내고 있으려니. 님이시여 그대는 절대로  지난날 삶을 아쉬워 마세요. 주름살이 깊어진 만큼 당신의 가슴속도 깊어지고 피부가 거칠어지는 대신 당신의 사랑은 더 부드럽고 향기는 더욱 더 짙어집니다. ..

오늘의 복음 묵상(루카 9,46-50) - 성 예로니모 사제 학자 기념일

연중 제26주간 월요일  욥기 1,6-22     루카 9,46-50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치유와 치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치유(Healing)는 외부에서 들어온 질병을 몸이 가지고 있는 면역력으로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몸은 강력한 면역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질병은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물리 칠 수 있다고 합니다. 반면에 치료(Treatment)는 외부에서 들어온 질병을 약을 가지고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의사와 약사는 병이 든 우리의 몸을 치료하는 사람입니다. 우리의 몸을 의사와 약사에게 의지하는 것도 필요합니다.예전에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광고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의사나 약사에게 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내 몸의 면역력을 잘 ..

오늘의 복음 묵상(마르코 9,38-43.45.47-48) - 연중 제26주일(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연중 제26주일 민수기 11,25-29     야고보 5,1-6      마르코 9,38-43.45.47-48  "죄 짓지 않도록 늘 깨어있어야" 예수님 당대부터 그분의 제자 무리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이 예수님의 이름을 빌려 구마 행위를 하였습니다. 오늘 복음의 전반부(마르 9,38-41)에서 예수님께서는 그런 사람들을 막아보려고 하였던 당신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막지 마라. 내 이름으로 기적을 일으키고 나서, 바로 나를 나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는 사람들이 당신의 제자 무리에 속하지 않더라도 그들을 배척하지 말라고 하시며 제자들과는 상반된 입장을 분명하게 드러내십니다.요한으로 대표되는 제자들의..

내게 오시려거든 / 정 숙진

♣내게 오시려거든♣                                         - 정 숙진 -  스스로 다가 오는 바람이라면  이왕이면 비오는 날  우산이 되어주고  더위에 땀방울을 씻어주는  시원한 바람이면 좋겠습니다.  봄이면 아름다운 꽃을 피게 하고  여름이면 심신을 편안하게 쉬게 해주는 숲이면 좋겠습니다. 가을이면 열매 맺게 하고  우주를 아름답게 물들이는 풍년이면 좋겠습니다. 춥고 아플 때 포근하게 덮어주고  치유해주는 바람이면 좋겠습니다.  내게 오시려거든  이왕이면 좋은 바람만  들고 오시면 좋겠습니다.

좋은글/영상시 2024.09.28

버리면 가벼워지는 것을

♣버리면 가벼워지는 것을♣  무엇을 가지고자 함인가, 무엇을 얻고자 함인가 저마다 무거운 삶의 짐 바위 짐이라 허덕이며 비틀거리며 휘청이며 가네. 부귀공명을 누려도 그 뿐이요 권세 영광을 잡아채도 구름인 것을 숨막히는 턱턱한 세상인가 생명을 초개같이 버릴지라도 그 생명의 가치는 알고나 가지. 매미소리 시원한데 어제 떠난 사람은 이 소리 못들을 터 살아 있음에 감사해야지. 마음을 비우면 가벼워 지는 것을 욕망을 비워내면 살만한 세상인 걸. 투명한 햇살 한줌 가슴에 퍼 담고 살랑이는 바람 한결 치맛자락 내어주고 잔잔한 작은 미소 얼굴에 피워 올려 오늘 하루 생명의 찬가를 부르리. 고뇌를 안주 삼아 술을 마셔보지 않고서는 절망을 이불 삼아 뒤척여 보지 않고서는 마지막 죽음의 낭떠러지 대면해 보지 않고서는 인생..

좋은글/명상 2024.09.28

웃음이 있는 자에겐 가난이 없다

♣웃음이 있는 자에겐 가난이 없다♣   거리를 거닐 때마다 놀라는 일중의 하나는  지금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표정에 웃음이 없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살기가 험악한 세상이라고 하지만  이 세상에서 인간 외에 웃을 수 있는 동물은 없습니다  사실 아무리 어려웠고 괴롭던 일들도  몇 년이 지난 후에 돌이켜 보면  얼마나 어리석게 느껴지는지 모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다 지나가고 맙니다  고통도 환난도 좌절도 실패도 적대감도  분노도 노여움도 불만도 가난도  웃으면서 세상을 보면 다 우습게 보입니다  그래서 웃고 사는 한 결코 가난해지지 않습니다.  백번의 신음소리 보다는 한번의 웃음소리가 갖는  비밀을 빨리 터득한 사람이 그 인생을 복되게 삽니다  연약한 사람에겐 언제나 슬픔만 있고  위대한 사람에겐 언제나..

오늘의 복음 묵상(루카9,43ㄴ-45)

연중 제25주간 토요일                                                               코헬11,9-12,8  루카9,43ㄴ-45 제자들이 다가올 예수님의 수난을 두려워한 이유는 명백합니다. 자신들이 바란 예수님과 실제 예수님 사이의 깊고 깊은 간극 때문이었지요. 그 간극은 예수님의 수난 예고로 더욱 뚜렷해졌습니다. 제자들의 두려움은 일종의 비겁함입니다. 대개 비겁함은 제 잇속 계산과 상응합니다. 제자들이 예수님을 따랐던 이유가 종교적이고 신앙적이지만은 아닐 테지요. 당시는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멋진 메시아를 기다리던 시절이었습니다. 이른바 묵시적 열광의 시대를 예수님과 그 제자들은 살아갔습니다. 현실이 어려울수록 내일의 달콤한 인생을 향한 묵시적..

당신을 알고부터 시작된 행복 / 송 정림

♣당신을 알고부터 시작된 행복♣                                            - 송 정림 - 나의 삶이 지치고 힘들 때 언제든지 찾아가 엉켜진 모든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당신을 알게 되어 행복합니다. 오늘처럼 이렇게 행복한 날이 내 생애 몇 날이나 있을는지 그러나 하루살이 내 인생이라면 나는 그 하루의 전부를 주저 없이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 하루살이처럼 오늘만 살고 간다면 당신 허락 없이 내 맘대로 당신을 사랑하다 가겠습니다. 세월이 말없이 흘러가는 것처럼 내 마음은 큰 강물이 되어 당신에게로 흘러갑니다. 나는 당신 사랑해도 되냐고 묻지 않겠습니다 나보다 훨씬 먼저 당신이 나를 사랑했기 때문이죠 . 이 세상 끝은 어디쯤일까 궁금해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당신과 함께 가는..

좋은글/영상시 2024.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