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은 서로 비켜서 자란다
사랑의 님이시여 !
산속의 나무들은 서로에게 공간을 양보하면서 함께 자라들 가나이다.
귀한 나무이든 하찮은 나무이든 최소한의 햇빛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을 위해 스스로를 비켜가고 비켜주나이다.
자연은 이렇듯이 귀함과 천함, 높고 낮음을 상관하지 않고
서로의 생명만은 소중히 지켜주고 지켜가더이다.
사람은 사랑에서 태어나 사랑으로 생명을 유지하면서 완성해 가나이다.
사랑은 마치 나무와 햇볕과의 관계처럼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탯줄과 같은 소중한 그 무엇이나이다.
그래서 님이시여,
나 때문에 내 옆에 사람의 사랑이 부족하지 않은지 아니면 너 때문에
나의 사랑이 말라가고 있지나 않은지 잠시만 생각하소서.
모름지기 사랑은 흐르는 것이나이다.
내가 너에게 흐르고 네가 나에게 흘러야
너와 나의 최소한의 생명이 유지될 수 있나이다.
아무리 죄가 크다 하여도 단절은 죄악인 동시에 죽음을 부르는 살인이나이다.
혼자 똑똑하고 혼자 착하고 혼자 명예로우며 혼자 지켜 나가는 권위는
이웃의 혈관을 막아가는 콜레스트롤과 같나이다.
하오니 님이시여,
아무리 부족하고 답답하더라도 그 사람의 선한 영혼만은 외면하지 마소서.
아무리 아프고 고통스럽더라도 그 사람의 생명만은 유지시켜 주소서.
아무리 밉고 증오스럽더라도 그 사람의 인생만은 유지시켜 주소서.
참으로 사랑하는 님이시여,
우리의 인생은 서로가 밀고 당기면서 참으로 살아남기 위해
고된 세월들을 지나게 되나이다.
열심히 살으소서.
하지만 내 이웃의 생명과 인생을 위하여 최소한의 사랑만은 남겨 주소서.
님이시여, 사랑하나이다.
- 최영배 비오 신부님 (가사방에서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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