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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 / 이 해인 수녀

까치산 2024. 10. 14. 10:14

 

 

♣가을바람♣


                              - 이 해인 수녀 -  



숲과 바다를 흔들다가
이제는 내 안에 들어와
나를 깨우는 바람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를 키워놓고
햇빛과 손잡은
눈부신 바람이 있어
가을을 사네

바람이 싣고 오는
쓸쓸함으로
나를 길들이면
가까운 이들과의
눈물겨운 이별도
견뎌 낼 수 있으리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사랑과 기도의
아름다운 말
향기로운 모든 말
깊이 접어두고
침묵으로 침묵으로
나를 내려가게 하는
가을바람이여

하늘 길에 떠가는
한 조각구름처럼
아무 매인 곳 없이
내가
님을 뵈옵도록
끝까지 나를 밀어내는
바람이 있어

나는
홀로 가도
외롭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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