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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머물다 간 자리 / 藝香 도 지현

까치산 2024. 10. 30. 10:35

 

 

♣가을이 머물다 간 자리♣ 


                                                - 藝香 도 지현 -


 두드리면 울릴 것 같은
 쓸쓸하고 텅 빈 간이역 광장
 외로운 가랑잎만이
 굴러다니며 청소하고 있다

 비라도 내릴라치면
 껌 딱지가 되어 눌어붙은
 구둣발에 짓밟힌 낙엽들은 
 처참한 시신이 되어 즐비한데

 계절을 가름하는 비가
 창문에 고독의 흔적을 만들고
 하얗게 바래진 상념 속에
 서서히 떠나는 계절의 흔적들

 빛바랜 책갈피 속에 
 긴 세월 동안 묵혀둔 가을
 아직 잊지 못한 옛사랑의 그림자
 모든 것이 떠난 자린 허무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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