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영상시 3255

인생도 겨울나무 같아야 / 이 상진

♣인생도 겨울나무 같아야♣                                     - 이 상진 - 내 모든 것을 주며 키워온 것들을 엄동설한에 아플까 봐 곱게 단장하여 먼저 보내고 자기를 벗을 수 있었기에 맨살을 파고드는 칼바람을 우듬지의 노래로 참아내고 빙설(氷雪)의 눈물을 꽃보다 아름다운 눈꽃으로 피워 옹골진 나이테로 자라는 겨울나무 네 외롭고 고단한 모습이 세상 아름다움이 되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예술가의 작품으로 철학자의 깊은 시선이 된다 봄은 그냥 오는 게 아니다 겨울나무가 죽음의 터널을 지나 옹골진 나이테로 생명이 깊고 견고해져 새순을 내어야 봄인 것이다 인생도 겨울나무처럼 온유한 마음으로 져주고 내어주고 고난의 주름이 만들어져야 봄꽃 같은 면류관을 쓰는 것이다.

좋은글/영상시 2024.12.14

12월의 기도 / 목 필균

♣12월의 기도♣                                                - 목 필균 -   마지막 달력을 벽에 겁니다 얼굴에 잔주름 늘어나고 흰 머리카락이 더 많이 섞이고 마음도 많이 낡아져 가며 무사히 여기까지 걸어왔습니다   한 치 앞도 모른다는 세상살이 일 초의 건너뜀도 용서치 않고 또박또박 품고 온 발자국의 무게 여기다 풀어놓습니다   제 얼굴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는 지천명으로 가는 마지막 한 달은 숨이 찹니다   겨울 바람 앞에도 붉은 입술 감추지 못하는 장미처럼 질기게도 허욕을 쫓는 어리석은 나를 묵묵히 지켜보아주는 굵은 나무들에게 올해 마지막 반성문을 써 봅니다   추종하는 신은 누구라고 이름짓지 않아도 어둠 타고 오는 아득한 별빛같이 날마다 몸을 바꾸는 달..

좋은글/영상시 2024.12.13

12월이라는 종착역 / 안 성란

♣12월이라는 종착역♣                                         - 안 성란 - 정신없이 달려갔다. 넘어지고 다치고  눈물을 흘리면서 달려간 길에 12월이라는 종착역에 도착하니 지나간 시간이 발목을 잡아 놓고 돌아보는 맑은 눈동자를 1년이라는 상자에  소담스럽게 담아 놓았다. 생각할 틈도없이 여유를 간직할 틈도 없이  정신없이 또 한해를 보내는  아쉬움을 남겨 버린다. 지치지도 않고 주춤거리지도 않고 시간은 또 흘러 마음에 담은 일기장을 한쪽 두쪽 펼쳐 보게 한다. 만남과 이별을 되풀이 하는 인생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잃어버리는 삶이라지만 무엇을 얻었냐 보다 무엇을 잃어 버렸는가를 먼저 생각하며 인생을 그려놓는 일기장에 버려야 하는것을 기록하려고 한다. 살아야 한다는..

좋은글/영상시 2024.12.12

12월의 기도 / 藝香 도 지현

♣12월의 기도♣                                - 藝香 도 지현 - 하얗게 내린 눈 위로 누군가 지나간 발자국 그 위로 또 눈이 쌓이더라도 다시 찍는 자국은  사랑의 흔적이게 하소서 차가운 바람  코를 베에 물고 가더라도 가슴은 봄 뜨락의 따사로운 햇볕이게 하소서 빈한한 가슴에  허기까지 겹쳤다 하더라도 신이시여 그들의 곳간은 풍요롭게 하소서 파리한 영혼 삭막하더라도 여름 숲 속의 윤기 나는 푸름 가을 들녘의 넉넉함이 가슴을 가득 채워 차가운 겨울밤 따스하게 지핀 온기, 신이시여 모든 이들에게 밝음을 주는  별보다 찬란한 등불을 주소서

좋은글/영상시 2024.12.11

황혼까지 아름다운 사랑 / 용 혜원

♣황혼까지 아름다운 사랑♣                                       - 용 혜원 - 젊은 날의 사랑도 아름답지만 황혼까지 아름다운 사랑이라면 얼마나 멋이 있습니까 아침에 동녘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떠오르는 태양의 빛깔도 소리치고 싶도록 멋이 있지만 저녁에 서녘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지는 태양의 빛깔도 가슴에 품고만 싶습니다 인생의 황혼도 더 붉게 붉게 타올라야 합니다 마지막 숨을 몰아쉬기까지 오랜 세월 하나가 되어 황혼까지 동행하는 사랑이 얼마나 아름다운 사랑입니까. 귀밑머리가 희끗해져도 가을에게 허허로운 마음을 뺏기지 않고, 떨어지는 낙엽을 밟으며 지난날을 회상하는 중년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요. 가을단풍처럼 찬란한 빛으로 물든 중년의 가슴에는 가을이 익어가듯 연륜만큼..

좋은글/영상시 2024.12.10

다시 대림절에 / 이 해인 수녀

♣다시 대림절에♣                             때가 되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밝고 둥근 해님처럼 당신은 그렇게 오시렵니까   기다림밖엔 가진 것이 없는  가난한 이들의 마음에  당신은 조용히 사랑의 태양으로 뜨시렵니까   기다릴 줄 몰라 기쁨을 잃어 버렸던 우리의 어리석음을 뉘우치며 이제 우리는  기다림의 은혜를 새롭게 고마워합니다.   기다림은 곧 기도의 시작임을 다시 배웁니다 마음이 답답한 이들에겐 문이 되어 주시고 목마른 이들에겐 구원의 샘이 되시는 주님   절망하는 이들에겐 희망으로 슬퍼하는 이들에겐 기쁨으로 오십시오 앓는 이들에겐 치유자로 갇힌 이들에겐 해방자로 오십시오   이제 우리의 기다림은 잘 익은 포도주의 향기를 내고 목관악기의 소리를 냅니다 어서 오십시오. 주님  ..

좋은글/영상시 2024.12.09

겨울나무 / 도 종환

♣겨울나무♣                                                -  도 종환 - 잎새 다 떨구고 앙상해진 저 나무를 보고 누가 헛살았다 말하는가 열매 다 빼앗기고 냉랭한 바람 앞에 서 있는 나무를 보고 누가 잘못 살았다 하는가 저 헐벗은 나무들이 산을 지키고 숲을 이루어내지 않았는가 하찮은 언덕도 산맥의 큰 줄기도 그들이 젊은 날 다 바쳐 지켜오지 않았는가 빈 가지에 새 없는 둥지 하나 매달고 있어도 끝났다 끝났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실패했다고 쉽게 말하지 말라 이웃 산들이 하나씩 허물어지는 걸 보면서도 지킬 자리가 더 많다고 믿으며 물러서지 않고 버텨온 청춘 아프고 눈물겹게 지켜낸 한 시대를 빼놓고

좋은글/영상시 2024.12.08

12월의 기도 / 안 경애

♣12월의 기도♣                                             - 안 경애 -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니  아쉬움이 먼저 눈물을 불러옵니다  흘러간 시간을 만지작거리며 추억의 날들을 밀어내는 반성은 12월이 허락한 선물일까요   잠시, 돌아보는 세월 앞에 후회하지 않게 하시사 사랑하며, 늘 감사하게 하소서   우리 마음속에 아름다운 내일의 소망을 담는 일은  12월에 담긴 우리의 마음일까요   한 해를 돌아보며 지나온 시간 앞에 나를 겸손이 일어 서게 하소서

좋은글/영상시 2024.12.07

12월의 시 / 최 연홍

♣12월의 시♣                                                           - 최 연홍 - 12월든 잿빛 하늘, 어두워지는 세계다 우리는 어두워지는 세계의 한 모퉁이에 우울하게 서 있다 이제 낙엽은 거리를 떠났고 나무들 사이로 서 있는 당신의 모습이 보인다 눈이 올 것 같다. 편지처럼 12월엔 적도로 가서 겨울을 잊고 싶네 아프리카 밀림 속에서 한 해가 가는 것을 잊고 싶네 아니면 당신의 추억 속에 파묻혀 잠들고 싶네누군가가 12월을 조금이라도 연장해 준다면 그와 함께 있고 싶네 그렇게 해서 이른 봄을 만나고 싶네, 다람쥐처럼 12월엔 전화 없이 찾아오는 친구가 다정하다 차가워지는 저녁 벽난로에 땔 장작을 두고 가는 친구 12월엔 그래서 우정의 달이 뜬다 털옷..

좋은글/영상시 2024.12.06

12월의 기도 / 목 필균

♣12월의 기도♣                                       - 목 필균 - 마지막 달력을 벽에 겁니다 얼굴에 잔주름 늘어나고  흰머리카락이 더 많이 섞이고  마음도 많이 낡아져 가며  무사히 여기까지 왔습니다 한치 앞도 모른다는  세상살이  일초의 건너 뜀도  용서치 않고  또박 또박 품고 온 발자국의 무게 여기 다 풀어 놓습니다 제 얼굴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는  지천명으로 가는 마지막 한달은  숨이 찹니다 겨울 바람 앞에도 붉은 입술  감추지 못하는 장미처럼 질기게도 허욕을 쫓는 어리석은 나를  묵묵히 지켜 보아주는 굵은 나무들에게  올해 마지막 반성문을 써 봅니다 추종하는 신은 누구라고 이름 짓지 않아도 어둠타고 오는 아득한 별빛같이  날마다 몸을 바꾸는 달빛같이 때가 ..

좋은글/영상시 2024.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