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영상시 3255

낙엽 / Remy de Gourmont

♣낙엽♣  시몬, 나뭇 잎 저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외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황혼이 질 무렵 낙엽의 모습은 너무나도 슬프다 바람이 휘몰아칠 때 낙엽은 정답게 소리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이 밟을 때,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소리,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가벼운 낙엽이 되리라 가까이 오라, 벌써 밤이 되고 바람은 우리를 휩쓴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Remy de Gourmont 1858 - 1915)

좋은글/영상시 2024.11.22

낙엽의 노래 / 홍 윤숙

♣낙엽의 노래♣                                        - 홍 윤숙 -헤어지자 우리들 서로 말 없이 헤어지자 달빛도 기울어진 산마루에 낙엽이 우수수 흩어지는데 산을 넘어 사라지는 너의 긴 그림자 슬픈 그림자를 내 잊지 않으마 언젠가 그 밤도 오늘 밤과 꼭 같은 달밤이었다 바람이 불고 낙엽이 흩어지고 하늘의 별들이 길을 잃은 밤 너는 별을 가리켜 영원을 말하고 나는 검은 머리 베어 목숨처럼 바친 그리움이 있었다 혁명이 있었다 몇 해가 지났다 자벌레처럼 싫증난 너의 찌푸린 이맛살은 또 하나의 하늘을 찾아 거침없이 떠나는 것이었고 나는 나대로 송피처럼 무딘 껍질밑에 무수한 혈흔을 남겨야 할 아픔에 견디었다 오늘 밤 이제 온전히 달이 기울고 아침이 밝기 전에 가야 한다는 너.. 우..

좋은글/영상시 2024.11.21

만추(晩秋)의 이별 / 藝香 도 지현

♣만추(晩秋)의 이별♣                                     - 藝香 도 지현 - 가슴속에 불이 탄다 서걱거리는 길 위에서도 걸음걸음 지르밟는 불길이다 붉은 혀를 날름거리며 유혹하는데 현혹되어 그 마력에 숨 가빠지려는데 눈빛이 싸늘하게 식어 간다 채 익지 않은 풋사랑 별리의 눈물이 쏟아지는  가슴 심연에 머문 미련 잡아도 잡히지 않는 짧은 사랑 뒤의 남는 아쉬움 그래, 보내주자, 시원하게 화자정리면 거자필반 이라니까

좋은글/영상시 2024.11.20

낙엽이 지던날 / 용 혜원

♣낙엽이 지던날♣                                   - 용 혜원 -   나뭇잎들이  마지막 이야기를 끝내고  안녕을 외치는 가을입니다   삶의 마지막을   더욱 아름답게 장식하기 위하여   은행잎은 노란 옷을 잎기 위해  여름날의 찬란함도  잊어버려야 했습니다  단풍잎은 붉은 옷을 입기 위해   마지막 남아 있던 생명까지  모두 버려야 했습니다   가을 거리에 외로움으로 흔들리며  쏟아져 내리는 낙엽들  우리의 남은 이야기를 다 하기에도  이 가을은 너무나   빨리 흐르고 있습니다

좋은글/영상시 2024.11.19

11월엔 / 성 옥분

♣11월엔♣                                            - 성옥분 -   가을이 이제 옷을 벗고 있습니다. 창문으로 내다보이는 풍경이  스산하기만 합니다   바람에 흩날이는 낙엽이 때르르 굴러가서  마당 끝에 모여 있습니다 청소부 아저씨가 바빠질 것입니다.   시월 많이 아파서 길게만 느껴진 나 새로 맞은 십일월엔  여유롭게 지내보려고 합니다.   그리운 이들도 찾아보고 사랑하는 이에게 편지도 쓸 수 있는....   누군가 나를  기다려 준다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내가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떨어지는 낙엽과 함께 고운 사연 적어 당신에게 편지를 쓰는 이 시간 긴 사연이 아니더라도 사랑합니다. 이 한 마디면 내 마음 전부를 전해 받을 당신이기에 ..

좋은글/영상시 2024.11.16

어느 가을 날의 기도 / 홍 미영

♣어느 가을 날의 기도♣                                            - 홍 미영 - 가을엔 감사할 줄 알게 해 주소서 아름다운 물빛 같은 세상이 싱그러운 삶의 의욕을 살아나게 하시고   뜨거운 계절의 인내의 열매를 세상 가득히 보여주시는 거룩한 축복의 변화를 알게 해 주소서   가을엔 사랑의 기쁨을 알게 해 주소서 가고 또 오는 모든 사람들이 자만과 오만에 휩싸이지 않고   말없이 서서 웃는 옷 벗은 나무들의 초라한 사랑도 널리 이해하는 보이지 않는 관용의 사랑을 깨우치게 해 주소서   가을엔 외로움에 떨지 않게 해 주소서 떠도는 찬바람에 메마른 가슴을 얼지 않게 정열의 불씨를 기억하게 해 주시고   구르는 붉은 낙엽에 새로운 기억이 깨어나지 않게 멀지 않은 희망의 사랑..

좋은글/영상시 2024.11.15

따뜻하게 안아 주세요 / 도 종환

♣따뜻하게 안아 주세요♣                                           - 도 종환 - 우리는 누군가 나를 정말로 편안히 안아주길 바랍니다 편안하게, 진심으로 따뜻하게 사랑해 주길 바랍니다. 그런 마음으로 안아주는 사람이 곁에 있길 바랍니다. 여자만 그렇게 바라는 게 아닙니다. 남자도 그렇습니다. 젊은 남자만 그런게 아닙니다. 어린이도 누군가 자기를 안아 주고 인정해 주길 바라고 늙고 쇠잔해 가는 사람들도 안아 주고 위로해 주는 사람이 곁에 있길 바랍니다. 사람들은 마음 속으로는 다 사랑받기를 갈구합니다. 우린 너무 외롭게 살고 있습니다. 먼저 안아줘 보세요. 나무든 사람이든 먼저 안아주면 그도 나를 따뜻하게 안아줄 것입니다.  -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중에서 -

좋은글/영상시 2024.11.14

지는 낙엽도 아름답다 / 藝香 도 지현

♣지는 낙엽도 아름답다♣                                    - 藝香 도 지현 -  알록달록   예쁘게 화장하고  많은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한  낙엽이 땅으로, 땅으로 떨어진다  나붓나붓  호랑나비 팔랑거리며  춤추며 내려오는 모습도  가지에 있으나 떨어지나 아름답다  그러하듯  인생의 끝자락에서  젊어 한 때 제 소임 다 한 몸  노을 져서 퇴물이라  아름답지 않다,   누가 그리 하리오  인생의 노을에  농염한 아름다움 있으리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을......

좋은글/영상시 2024.11.13

가을 사랑 / 용 혜원

♣가을 사랑♣                         - 용 혜원 - 짙은 고독의  빛깔로 물들은  가을 하늘    황홀할 것만 같았던  여름 날 풀잎들의 노래도  순간이었다    너무나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들  그 속을 살아가는  너와 나    불게 물들은 가을 산처럼  활~활 타오르는 사랑을 하자    너의 가슴과  나의 가슴을 덮고도 남을  사랑을 하자    모든 화려함이 마지막 빛으로  장식하는 이 가을에  우리 숨막히도록 좋을  그런 사랑을 하자    때론 흐르는 시간이  너무나 안타깝다  내 사랑아!    내게 오라!  너를 꼭 안고 싶다

좋은글/영상시 2024.11.12

내 마음의 가을 숲으로 / 이 해인 수녀

♣내 마음의 가을 숲으로 ♣                                                -  이 해인 수녀 -   하늘이 맑으니 바람도 맑고  내 마음도 맑습니다    오랜 세월 사랑으로 잘 익은  그대의 목소리가 노래로 펼쳐지고  들꽃으로 피어나는 가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물들어  떨어질 때마다  그대를 향한 나의 그리움도  익어서 떨어집니다   사랑하는 이여 내 마음의 가을 숲으로  어서 조용히 웃으며 걸어 오십시오    낙엽 빛깔 닮은 커피 한잔 마시면서  우리, 사랑의 첫 마음을 향기롭게 피워 올려요  쓴맛도 달게 변한 오랜 사랑을 자축해요    지금껏 살아온 날들이 힘들고 고달팠어도  함께 고마워하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조금은 불안해도 새롭게 기뻐하면서   ..

좋은글/영상시 2024.11.11